컬럼이라기보다는 기고문입니다. 국민대동문회보 2009년봄호에 쓴 글입니다.(고 26회)
지식재산권,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까
전광출 ? 변리사(중문 78학번)
올해로 변리사 업무를 시작한지 12년째입니다. 몇군데에 글을 써보긴 했습니다만, 뭘 소개해야 할지 막연합니다. 단편적인 법률상식으로는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그간 이쪽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변리사 업무 중의 대부분은 고객이 새로 개발한 기술이나 디자인, 그리고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해 드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특허권자나 상표권자로부터 받은 경고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관한 상담, 그리고 가끔은 저작권에 관한 문의도 들어옵니다. 제가 저작권법과 관련된 변리사수험서를 쓴 적이 있고 사단법인한국저작권법학회 감사를 오랫동안 맡고 있어서 그런 것같습니다.
지적재산권은 방어수단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선 지적재산권은 ‘방어수단’으로 확보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신 공격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공격이 이루어지면 분쟁은 시작되고 관련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개중에는 승소했지만 남는 것 없는 상처뿐인 영광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방어수단’이라는 의미는 경쟁업자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장치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 개발된 제품을 생산하여 안정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술은 특허(또는 실용신안)로, 제품의 형태는 디자인으로, 브랜드네임은 상표로 등록해둡니다.
이 가운데 하나만이라도 문제가 되면 그 제품의 판매전선에 이상이 생깁니다. 일단 등록이 되고 나면 경쟁업자의 공격을 받아 권리가 무너지더라도 무효가 확정될 때까지는 손해배상책임이나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됩니다. 등록권리가 일종의 보험기능을 하는 셈입니다.
등록의 효과는 법률적인 것 외에 몇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남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개발했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받은 것이고, 등록을 받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한국특허정보원을 통해 신청 이력과 신청서류를 열람할 수 있어 그 회사의 기술력, 디자인력 등을 공공기관을 통해 그것도 공적지표로서 광고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게 됩니다.
지적재산권은 공격의 기능을 갖도록 확보하여야 합니다
두 번째, 지적재산권은 공격의 기능을 갖도록 확보하여야 합니다. 공격력은 다양한 종류의 권리 확보와 개별 권리를 다각적으로 설계함으로써 강화됩니다.
지적재산권은 보호대상이 무형이기 때문에 하나의 제품에 다양한 권리가 겹쳐 존재하게 됩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이,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는 디자인권이, 제품에 사용된 표지는 상표권이, 사용설명서나 미적형태에서는 다시 저작권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권리를 찾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특허나 실용신안권은 공격에 취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특허만 등록했다가 무효가 되어버린다면 더 이상 사용할 무기가 없게 됩니다. 그런데 디자인도 함께 등록해두었다면 특허가 무너지더라도 디자인이 그 제품의 모방을 지켜줄 수 있는 효자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권리확보와 함께 개별권리도 다각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권리대상이 발명특허라면 그 발명이 다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모방품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를 심사숙고하여 권리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처럼 특허신청 서류는 이후 권리행사 단계에서 보호범위를 정하는 법률 문서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한 고객은 자신이 직접 서류를 작성하여 특허를 받았는데 서류의 표현이 애매하여 그 해석을 놓고 지금도 분쟁이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무효심판에서는 이겼지만 상대방이 불복하여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다시 권리범위확인심판, 가처분 등이 이어지고, 또 다시 그 애매한 표현이 이렇다 저렇다 하며 지리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디자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판될 제품디자인 그대로를 등록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모방하거나 변형할 수 있는 디자인도 ‘유사디자인’으로 등록받아야 둬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제품디자인이라도 부품, 완성품, 물품의 부분 등을 고려하여 다각적인 디자인등록이 필요합니다. 물건이 잘 팔릴수록 분쟁은 예고되어 있습니다.
현재 제가 진행되고 있는 한 분쟁에서는 상대방이 하나의 제품에 무려 1개의 실용신안등록과 부품별로 4개의 디자인등록을 받아두는 바람에 이 5개의 권리를 무너뜨리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만 살아남아도 침해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다양한 권리설계의 위력입니다.
상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대부분 상호도 최상위 상표로 많이들 사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등록해두어야 합니다. 그것도 현재의 사용하고 있는 상표 그대로만이 아니라 사용 예정인 변형태는 물론, 앞으로 진출할 분야 뿐까지 고려해서 미리 확보해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개발된 기술이나 디자인은 공개하기 전에 먼저 등록신청을 하여야 합니다. 만약 공개해 버렸다면 6개월 이내에 구제절차를 밟아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