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 구리시장(왼쪽에서 둘째)이 지난해 4월 구리시 수택동 구리행정복지센터 건설현장에서 관계 공무원들과 함께 안전시공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그는 청렴도 꼴등 도시를 5년 만에 일등으로 만들었다. [구리시 제공]
‘지옥에서 천당으로’.
경기도 구리시 박영순(62) 시장의 요즘 시정 감회다. 해석하면 ‘꼴등에서 일등으로’다.
일등은 올해 얘기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2010년 청렴도 조사에서 일등을 한 것이다. 조사 대상은 전국 73개 시 단위 기초자치단체(전국 기초단체는 230개)였다. 2005년 같은 조사에서는 전국 꼴등을 했다. 그때도 그는 구리시장이었다. 2007년에도 꼴찌였다. 경기도 내 31개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시청 곳곳이 부패덩어리였다.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때 알았습니다.” 그의 솔직한 말이다. 그래서 입술을 깨물고 피를 냈다. 그는 청렴시정을 위해 세 가지를 생각했다. 부패척결, 민원, 그리고 행정경쟁력.
먼저 서약서 제도를 도입했다. 2008년 3월 일이다. 50만원이 넘는 모든 계약에 대해 담당 공무원, 팀장은 물론 해당 기업까지 ‘청렴계약 이행서약서’를 작성토록 한 게 골자다. 실효성 논란에 앞서 일단 이권 당사자들의 마음부터 잡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어기면 해당업체는 2년 동안 계약 참가를 금지했다.
공직자가 앞에서 서약하고 뒤로 돈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걸리는 순간 액수에 관계없이 직위를 해제했다. 사법처리 수위가 안 되는 단돈 1000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공직비리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민 행정의 핵심인 민원처리는 ‘해피 콜’로 경쟁력을 높였다. 2008년 10월부터 시작했다. 모든 민원이 처리되면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어 처리 속도, 만족도, 문제점을 파악하는 제도다. 담당 공무원의 민원 서비스 등급은 인사고과에 반드시 반영했다. 이후 주민들의 만족도는 분기별로 조사 때마다 85∼90%에 달했다. 행정경쟁력은 ‘공정한 사회 만들기’ 모토로 시작했다. 요즘 박 시장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이다. 9월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정한 사회 만들기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또 지난달 초에는 ‘공정사회 실천을 위한 100대 실천과제’를 선정했다. 이 중 시민예산학교가 독특하다. 예산에 관심 있는 주민들은 누구든 분기별로 여는 예산 강의를 듣고 예산편성과 집행 감시자가 돼라는 거다. 강사는 외부 예산 전문가들이다.
구리시는 이번 청렴도 조사에서 내부청렴도에서 업무지시 공정성 등 22개 항목에서 8.69를, 외부청렴도에서 금풍제공빈도 등 19개 항목에서 8.66 등 고른 성적을 각각 획득해 종합청렴도에서 8.67을 기록, 1위를 차지했다. 박 시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목포고·공주사대를 졸업했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1994∼95년 관선 구리시장을 거쳐 민선 2, 4, 5기 시장에 당선됐다.
구리=전익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