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자립을 준비하는 노숙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파주지역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사랑 형제*들이 목요일마다 만나서
신나게 밥 먹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칭찬받는 날입니다.
7일마다 만나면서도 마치 7년 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워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호들갑스럽고 요란스럽습니다.
노동판의 누런 먼지와 차가운 바람을 얼른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평소 말이 별로 없는 저축왕 만갑씨와 막둥이 효석씨도 이때만은 배시시 웃습니다.
오늘은 쌀쌀해서 동태탕(6000원)을 시켰습니다.
한산한 식당 구석에 있는 TV에서는 ‘4주후愛’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갈등이 많은 부부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사랑을 피워나간다는 그런 내용.
우리 모두는 TV화면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아내의 입맞춤을 받으며 출근하고, 꽃을 선물하는...
모두 그렇게 살고 싶은가 봅니다. 아니죠. 그렇게 살고 싶죠.
분 냄새나는 아내, 깔깔깔 웃는 아이들... 그런 가정은 한사랑 형제들의 로망입니다.
유난히 맵게 끓여진 동태탕 때문일까...? 감격스럽게 재회하는 장면 때문일까...?
화장지를 찾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만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습니다.
그 프로그램에 나온 가족들의 인사법, ‘당신멋져’
당, 당당하게 살고! 신, 신나게 살고! 멋, 멋지게 살고! 져, 져주며 살자!!
물 컵을 들고 우리도 그렇게 외쳤습니다.
“당/신/멋/져!”
올 송년회는 설악추어탕에서, 건배주는 보해 복분자로, 건배구호는~
“당/신/멋/져!”
*한사랑 형제들: 노숙을 벗어나 경제적인 자립을 준비하는 분들
*그림은 장욱진 화백의 '가족'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이글은 25회 홈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