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찾은 미사리조정경기장,
춘천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연결돼 까딱 잘못해서 소양호로 갈 뻔 했지만,
새롭게 조성된 잔디구장과 강가에서 부는 바람은 여전히 억새풀 냄새와 국화향이 묻어 있었습니다.
무거운 책가방을 받아든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했습니다. 그것은 지친 몸을 씻어주는 위안의 손길이었습니다.
또 우리 안에 숨어있는 친구, 교복, 우정, 선창가, 뒷개의 추억을 간질였습니다.
재경목중고동문회 한마음축제는 ‘홍탁’입니다.
다른 모임에 가보면 대부분 매캐한 삼겹살이 주류입니다.
그러나 일렁이는 시아바다의 추억이 맥동치는 우리들에게는 머니머니해도 홍탁삼합이 적격입니다.
불꽃시기를 함께 뛰놀았던 친구들과 나누는 한잔의 막걸리는 말랐던 감성을 부추기고 톡 쏘는 홍어 한 점은 잊었던 야성을 되찾아줍니다.
그리하여 힘들어하는 친구에게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잘 나가는 친구들에게는 닥칠 수 있는 어려움을 예측해 보는
‘쉼’이 있는 축제입니다.
재경목중고동문회 한마음축제는 ‘난장’입니다.
높은 하늘 푸른 운동장에서 맘껏 소리 지르고 떠들며 자유롭게 뛰면서
친구들에게는 친구 됨을, 아이들과 아내에게 아버지 됨을 보여주는 사랑의 장터입니다.
또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잠룡의 지혜를 보여주고,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유달의 기백을 자랑하는 희망의 축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31회와 36회의 웃통 벗고 뛰는 축구정기전은 이어져야 하며, 15회와 29회의 노래한마당 열전은 들불처럼 번져야 합니다.
특히 매년 목포 동문들까지 합세하여 천막 세 개도 부족한 28회의 열정은 다른 기수들이 배워야할 좋은 모델입니다.
2009년 한마음축제를 돌아봅니다.
큰 박수를 받았던 1~8회 선배님들과 동문들의 입장식,
‘서울, 힘내라’ 응원오신 목포지역 동문들과 문익주 고문님과 교장 선생님의 격려사, 이웃학교 동문회의 축하 방문,
끝없이 이어질 뻔 했던 노래자랑, 문상주 회장님과 손에 손을 잡고 불렀던 ‘만남’,
많은 선물 특히 동문 예술가들의 작품, 도움을 주신 동문들의 크고 작은 협찬,
박준언 상임부회장과 사무총장과 행정이사의 눈물겨운 노력에 그저 몸을 낮춥니다.
진행팀에서는 목포의 자랑 놀이패 ‘갯돌’팀이랑 길놀이와 마당극, 온 가족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강강술래와 발랄한 놀이를 준비했는데 시간이 지연되고 가을볕이 짱짱해서 제대로 놀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재미가 덜 하셨다면 진행팀의 역량부족으로 이해해 주시고 내년에는 장소, 놀이진행 등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도 많은 분들이 오셨지만 전 년에 비해 눈에 띄게 선배님들의 얼굴이 안보여서 염려가 됐습니다.
저희들의 정성이 부족한 때문인지 아니면 아프신지...
내년에는 꼭 다시 뵐 수 있도록 동문여러분들의 열렬한 박수를 기대합니다.
재경목중고동문회 한마음축제는 ‘우리들의 잔치’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갈 수 없는 것이기에
먼저 우리들의 축제 안에서 편안한 쉼을 얻어 용기를 회복하고 꿈을 끄집어냅니다.
그런 후 가족의 행복과 아름답게 만들어야 할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섭니다.
이것이 잠룡의 뜻이며 한마음축제의 의미입니다.
낙엽지는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강바람 쏘이며 홍탁에 취하며 '목포의 눈물'은 우리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야말로 난장판에 선후배들 사이에 끼어 사회 보느라고 수고 많았습니다.
내년 축제때에는 먹고 노는 것도 좋지만 배구, 줄다리기, 달리기, 족구 등
함께하는 놀이도 좀 넣었으면 더욱 단합의 재미를 더욱 배가 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