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으로 운명이 바뀌다
작자: 우진(宇?)
【정견망】
수명은 더하기도 하고 감하기도 하며 복록(福祿) 역시 증감이 있다. 관건은 사람이 어떻게 파악하고 무엇을 취사선택하는 가에 달려 있다. 세상사람들은 누구나 다 건강, 장수, 부귀영화를 희망한다. 이 마음은 모두 같다. 바로 덕을 중시하고 선을 행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積善之家必有餘慶)”는 보편적 진리다.
명나라 때 가난하고 초라한 한 젊은 서생이 있었다. 그는 친구 왕생(王生)의 경제적인 도움 하에 함께 향시(鄕試)에 참가하게 되었다. 힘든 여정을 거쳐 금릉(金陵)에 도착했다. 승은사(承恩寺)에 관상을 아주 잘보는 사람이 있어 길흉화복을 정확하게 맞춘다는 소문이 자자해 관상을 보러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에 젊은 서생은 같이 투숙했던 동료 6명과 함께 관상을 보러갔다. 관상쟁이가 그들 여섯 명을 보더니 누가 어떤 자리에 무엇을 하는지, 누구의 부모가 다 계신지, 양친부모가 안 계신 지 일일이 말하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의 차례가 되자 자세히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더니 말했다. “빨리 돌아가시오. 아니면 늦을 것이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당신 얼굴이 마르고 정신이 붕 뜨고 있으니 하늘에서는 이미 어둠이 상이 있소; 본대로라면 당신은 닷새 내에 비명횡사할 것이니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객사할 것이요. 즉시 몸을 움직이더라도 늦을까 걱정이오.”
왕생과 여러 사람들은 매우 놀라 말했다. “선생, 다시 한 번만 좀 자세히 봐주세요, 살 길이 없겠습니까?”
그러자 관상쟁이는 말했다. “생사의 운명은 큰 음덕(陰德)이 아니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현재 기일이 급박하니 무슨 방법이 있겠소! 오늘부터 쳐서 6일 후 이 사람이 아직 세상에 살아 있다면 나는 다시는 사람의 관상을 보아주지 않을 것이오!”
사람들은 침묵 속에 숙소로 돌아왔다.
서생이 왕생에게 말했다. “오늘 저 관상쟁이가 한 말은 예전에 사주를 보던 사람의 말과 꼭 같네. 보아하니 내 운명이 이런가보네. 내 비록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여기서 죽어서야 되겠나. 즉시 돌아가 집에서 죽는 게 낫겠네.”
왕상은 그를 위해 배를 빌리고 노자를 주며 또 그에게 열냥의 은자를 더 주며 말했다.
“이건 남겨두었다가 급할 때 쓰게.”
그는 왕생의 뜻을 알고 감사를 표시하며 말했다.
“아네. 이건 나의 장례비로 자네가 내게 주는 것이라 보고 감사히 받겠네. 만약 죽어서도 잊지 않는다면 반드시 저승에서 염라대왕께 빌어 자네가 급제하여 답례하도록 부탁하겠네!”
그리고 작별하며 총총히 배를 타고 떠났다.
장강에서 십여 리를 가는데 바람이 너무 세서 더 이상 갈수 없었고 배는 언덕에 잠시 묶어두고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흘이 지났는데 바람은 더욱 세졌다. 소년은 생각하기를 곧 오일 기한이 다가오는데 배는 갈수 없으니 ‘객사’한다는 말이 영험할 것 같았다. 이 시각이 되자 그는 죽음을 기다리며 온 걱정을 다 털어버리고 혼자 해변을 따라 좀 걸었다.
갑자기 어느 중년의 아이 밴 부인이 왼손에 아이를 안고 오른 손에는 한 아이의 손을 잡고 뒤에는 좀 큰 아이가 따르고 있었는데 엉엉 울면서 가는 것이 매우 슬퍼보였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잊고 무슨 일인가 물어보았다.
“무슨 급한 난이 있으신지요. 있는 대로 말씀해주시면 혹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자 부인이 울면서 말했다.
“저는 불행히도 어느 백정에게 시집갔는데 그의 성격이 난폭하여 늘 때리고 욕하여 제 몸이 성한 곳이 없습니다. 오늘 그가 시장에 갔는데 열냥의 은자 가격으로 집에 돼지 두 마리를 팔아오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어떤 살 사람이 있어 열냥에 팔았습니다. 앞집에 있는 이웃이 우리집에 와서 은자를 보더니 가짜라고 했습니다. 나는 얼른 달려가 그 사람을 찾았으나 이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얼른 점포에 가서 확인해보니 모두 가짜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큰 손해를 보았으니 남편이 돌아오면 나를 때려죽일 것입니다. 그에게 매 맞아 죽느니 강물에 빠져죽는게 낫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세 아들도 포악한 아비 밑에서 욕을 당하느니 같이 죽으러 가는 길입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측은한 마음에 은자를 받아 확인해 보니 과연 가짜였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어차피 죽을 몸인데 이 은자를 가져가서 뭘 하겠는가.’ 하면서 소매에서 은자를 조용히 바꾸어 놓고는 부인에게 말했다.
“정말 까딱하면 큰 잘못을 저지를 뿐 했습니다. 이건 진짜 은자입니다, 어찌 가짜일 리가 있겠습니까!”
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몇 군데 점포에 가서 다 알아봤는데 모두 가짜라고 했습니다. 선생은 어째서 나를 달래려는 거요!”
그가 말했다. “그렇지 않소! 그 점포에서 당신이 여자라고 속인 겁니다. 우리 함께 가서 봅시다. 그들이 감이 이렇게 말하는지를. 정말 가짜면 그때 가서 죽어도 늦지 않소이다!”
부인이 그의 말을 듣고 함께 은 점포로 가서 알아보니 정말 진짜 은자였다. 다른 몇 군데를 가봐도 똑같은 말이었다. 부인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운좋게 선생이 알려주셔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 저지를 뻔 했습니다!” 하며 절을 하고 떠나갔다.
소년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이 급히 달려갔다. 당시 이미 황혼 무렵이어서 날이 어둑어둑했는데 잘못하려 길을 일었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데 희미하게 몇간의 집이 보였다. 다가가 보니 벽은 낡고 헤져 황폐한 절이었다. 부득이 그곳처마 아래 쪼그려 하루밤을 지내게 되었다. 속으로 생각하기를 텅 비고 날이 어둡고 사람 흔적도 없는데 혹시 여우나 귀신이라도 나타나면 내가 죽을 것이다. 그는 이미 하루를 걸었으므로 피곤하여 앉아 있다 곧 깊이 잠들었다.
몽롱한 중에 어느 아전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머리를 들어 보니 대전에 불이 밝혀있고 양쪽에 시위 병사들이 빽빽이 서 있는데 중간에 왕 같은 사람이 책상 뒤에 앉아 있어 마치 관제 같기도 했다. “오늘 강변에 어느 사람이 네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마땅히 그를 조사하여 복을 주어야 한다.” 당장 어떤 자색 옷을 입은 관리가 손에 장부를 들고 와서 보고했다
“방금 토지신의 보고를 받았는데 어느 현의 서생이라고 합니다.”
관제가 명령을 내려 복록부를 검사해보라고 하니 자수 옷을 입은 관리가 장부를 받들고 말했다. “이 사람은 관록과 수명이 이미 다했습니다. 원래 오늘 자시에 이 사당 아래에서 벽이 무너져 압사하게 되어있습니다.”
관제가 말했다. “만약 이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라고 권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녹을 고쳐야 한다. 어젯밤 문창관이 통지하기를 이번 가을 시험에 강남에 장원 한명이 있는데 여종을 음행으로 더럽혔기에 제명을 시켜야 하니 이 사람으로 보충하면 되겠군.”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그의 돈은 왕생이 준 것이며 왕생은 재물을 가벼이 하고 의를 숭상하니 이런 선과를 있게 했습니다. 원류를 따지면 왕생도 마땅히 복록에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관제가 말했다: “좋지!” 하며 복록 장부를 검사하라고 했다.
관리가 조사 후 보고하기를 “왕생은 다음차례 과거에 53등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수 옷 입은 관리가 올라가 청했다: “이번 과거 53등 째는 말다툼을 한 벌로 인하여 한 자리 빠지게 되어있습니다. 대신 누구를 급제시킬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왕생으로 이 자리를 대신하게 할까요?” 관제가 말했다. “그렇게 하게.”
서생은 정신을 기울여 전 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큰소리로 말했다. “어서 나가시오, 나가!” 깜짝 놀라 잠을 깨어보니 여전히 절의 처마 밑에서 꾸부리고 앉아 있었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운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담의 흙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는 급히 일어나 어둠 속에서 더듬어 비틀거리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막 몇 걸음 가지 않았는데 답이 쾅하며 무너지더니 바로 원래 있던 곳을 덮쳤다. 날이 밝은 후 전에 가보니 과연 관제의 사당이었다. 그는 옷깃을 바로잡아 생명을 구해준 은혜에 절을 하고 몸을 돌려 사당을 나와 배로 돌아갔다.
그는 마음속으로 신이 말씀하신 것이니 반드시 영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는 큰 난을 만나 죽지 않았으니 이제 과거에 다시 한 번 응시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그래서 배를 타고 가는 길에 순풍을 만나 곧 원래 있던 객점에 도착했다. 같이 있던 과거 보러 가던 사람들도 바람 때문에 길이 막혀 아직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의 기이한 경험을 듣고 모두들 암암리에 신기하다고 했다. 그래서 짝을 지어 그 관상쟁이에게 따지러 갔다.
관상쟁이는 조리 있게 말했다.
“당신들 난리칠 것 없네. 내 설명을 들어보게나, 며칠간 안 보이는 사이에 그의 골상이 크게 달라졌네. 기색도 단번에 좋아졌네. 선생은 반드시 보통이 아닌 큰 선한 일을 했군.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했어. 그래서 만회할 힘이 있게 된 것이오.”
그러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선생의 말이 정말 너무 말이 안되오! 나같이 변변찮은 사람이 무슨 힘이 있어 사람을 구한단 말이오!”
관상쟁이가 말했다.
“나를 속이지 마시오! 이전에 내가 말했잖소! 큰 음덕이 없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오늘 당신 얼굴에 음덕의 흔적이 일어나니 오늘 과거를 본다면 반드시 붙을 것이오! 내년에 한림학사가 될 것이고 일품 관리가 되어 수명이 80까지 살 것이오!”
여러 사람은 반신반의 하며 생각에 빠졌다.
관상쟁이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나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오. 이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오! 보름 전 나는 어떤 서생의 상을 보았는데 이마 명당에 광채가 기이하여 그는 과거에 장원을 반드시 할 사람임을 알았소. 그런데 그가 어제 또 관상을 보러왔는데 관상이 바뀌어 이마에 패상의 주름이 나타났고 이전에 광채를 잃어버렸소. 그는 반드시 해서는 안될 짓을 한게 틀림없소. 그래서 그의 복록이 삭제된 것이오. 뜻밖에 당신이 그를 대신했군요!”
그는 또 왕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생의 얼굴에도 음덕의 무늬가 있습니다. 반드시 함께 과거에 붙을 것이오.”
왕생이 웃으며 말했다.
“저 친구가 어떻게 된 일이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로 말하면 어디 무슨 선한 일을 했습니까?”
관상쟁이는 “했는지 안했는지는 당신이 알 것입니다!”
그러자 원래 서생이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선생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소. 그는 내게 무상으로 은자를 주어 급한 사정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 결과 그 모자 4인의 목숨을 구한 것이지요. 원류를 추적하면 바로 모두 왕생의 공로입니다.”
이어서 그는 사당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해주었다.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을 매우 존경했다.
그 관상쟁이는 정말 신통했다. 그해 시험에 그 서생은 장원급제했고 왕생 역시 시험에 붙었다. 다음 해 두 사람은 동시에 한림학사가 되었으며 일생동안 복과 장수를 누렸다. 사람들은 빈부와 수명은 운명에 정해진 것임을 아는데 어디에서 조물주의 감응을 알 수 있는가? 단명할 소년이 그저 은자 열냥의 선행으로 모자 네 사람의 목숨을 건져 망할 운명을 고쳤으며 하늘은 복록을 그에 따라 내렸으니 정말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이치 그대로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점점 이 단명할 소년의 진실한 성명을 잊어버리고 대대로 그의 이름을 “개명해원(改命解元-운명을 고친 장원)”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음란한 행실을 한 사람은 비록 원래 관직에 오를 운명이었으나 곧 삭제되었다. 또 재물을 기부한 왕생은 역시 선보를 얻었다. 정말로 “화복은 오로지 자기에게 달렸다”이다. 복록수명의 변화는 이렇게 빠르구나! 정말 깊이 생각해보야야 한다.
발표시간: 2012년 12월 17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114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