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가 늦어 미안합니다.

 

이해 하시고 추후 다시 연락하기로 하죠.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이계홍.

 

국민의 재산인 정보라는 공공재 지킴이가 되자

-한국언론의 문제와 대책을 살펴본다

이계홍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제협력홍보팀 전문위원/동국대 신방과 객원교수>

모교 개교 69주년 기념 제37차 목중고의 밤과 제39차 동문친선체육대회 참석차 4월30일 목포행 관광버스에 올랐다. 대절버스 8대 중 1회-14회 기수들이 타는 2호차에 배정받아 14회 막내인 필자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부터 선배님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영광을 누렸다. 60 중반의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막내로 버스에 오른다는 것이 다소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선배님들의 막내라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즐거운 모교방문 여행길에 나섰다.

 

남행버스 6시간 동안 여러 가지 유익한 담소들이 있었다. 이중 자기 소개와 함께 지나온 삶의 역정을 펼치는 시간, 선배님들의 사연들을 접하고 필자는 어떤 깊은 회한에 젖었다. 5.16, 유신, 5.18, 6.10항쟁의 한 복판에서 청년기 장년기를 고스란히 거치면서 단지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반세기동안 경제활동에서나 직장의 인사체계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해온 분들이라는 아픔과 회한이 가슴 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것은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지만 당시 선배님들이 겪었던 사연들은 누구나 알다시피 시대의 한 복판에서 혹독하게 배척되고 홀대받는 시기였다.

 

그런 억울한 속사정을 고스란히 겪어온 노년기의 선배님들 말씀을 듣다 보니 속에서 공감과 공명, 그리고 어떤 울분 같은 것이 토해져 나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필자 역시 지난 30 수년동안 언론 현업에 종사하면서 알게 모르게 겪어온 불이익과 차별들이 오버랩되어 선배님들의 말씀이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동질감과 아픔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호남차별 현상은 영남지역 패권주의의 후과로 개발·자본·인사·정보가 특정지역에

독점됨으로써 빚어진 것이다.

필자는 목포에 거의 닿을 때쯤 고향인 무안땅을 지나면서 내 자신의 이야기를 발언할 기회가 주어졌다. 필자가 활동해온 지난 30 수년의 언론계활동과 언론의 굴절 현상에 대해 말씀드리고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목포에 도착해 충분한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다음날 상경 버스에 올라 좀더 한국언론 현실에 논의해보자는 선배님들의 제안이 있었지만 부득이 고향을 들러 오느라 동승하지 못하고 추후 논의는 미제로 남기고 말았다.

 

평소 한국 언론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온 바가 있어서 지면을 통해 그때 선배님들과 나눈 대화의 연장선상에서 문제 제기와 함께 한국 언론의 현실과 과제가 무엇이며, 언론의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물론 이의 작업은 보다 정밀하게 진행되겠지만 시급한 원고기일을 맞추기 위해 가볍게 진단과 대책을 강구하고자 한다.

 

민주화의 반대세력

우리 역사를 통해 살펴보자면 독재자를 무너뜨리고 쫒아내는 데 성공한 경우를 몇차례 본다. 독재는 필연적으로 부정부패와 인권탄압 등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혁명의 완성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역사를 통해 배운다. 기득권층과 혁명 반대세력의 교묘한 저항과 방해 때문이다. 이념의 순정성을 가진 혁명세력은 이들을 물리치는 데 역량이 부족하거나 쉽게 지쳐 나가떨어진다. 그리고 혁명에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그것으로 자기 임무를 다했다는 자기만족감으로 주저앉는다. 그리고 시민의 민주의식이 확대재생산이 아니라 소멸의 과정을 밟기 갖기 때문에 그 자리를 어느새 반동세력이 들어오게 된다.

 

4.19혁명 뒤에 5.16 군사 쿠테타가 일어나 18년동안 혹독한 독재정치를 경험했던 것이 그것이다. 장기 독재자가 쓰러진 후에 광주 5.18 민주항쟁이 일어났지만, 18년간의 독재정권보다 더 심한 전두환의 5공정권이 들어섰다. 그후 6.10민주항쟁이 일어났지만 역시 노태우 군사정권의 연장으로 이어졌던 것을 지나온 현대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반동세력은 늘 절차적 민주주의를 외치며 혁명세력에게 높은 지수의 도덕성과 절차를 요구한다. 언필칭 틀린 말이 아니다. 반인륜적 반인권적 탈법과 반칙 특권을 향유한 세력에 대한 저항으로 혁명을 이룩했기 때문에 그런 반인륜적 반인권적 탈법과 반칙과 특권을 똑같이 반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그런 절차적 민주주의의 프레임에 갇히다 보니 역사청산은 덫에 걸리고 마는 꼴이다. 다시말해 반인권적 부도덕 집단이 덕을 보게 되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외면하고 거부하고 조롱했던 세력이 맨먼저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우리는 지금도 이같은 반민주세력이 민주주의의 단물을 먼저 마시는 역설과 모순을 보고 있다.

 

부패한 수구 기득권층이 결합한 세력의 뒤편에 수구언론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들은 수구논리를 전파하고 결집력을 강화하도록 캠페인까지 벌여준다. 이른바 보수세력의 나침반이자 등대 역할까지 자임한다.

 

자본 정보 인사 독점한 세력과의 결탁

이같은 태도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이익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자본·정보·인사를 독점한 세력이 지난 반세기 나라를 지배해온 구세력이고, 지역적으로는 영남세력이다. 자본력과 정보력과 인사권을 독점했기 때문에 보수신문의 신문 판매에서부터 광고 확보까지 쉽게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개발시대를 통과해오는 과정에서 달콤한 자본력을 단단히 확보해놓고 있다.

 

기득권세력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냉전 반북 지역패권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한사코 남북 대결주의에 골몰하고 동서분열에 혈안이 되어있다. 자신들의 이익이라면 민족이나 지역이 갈갈이 찢겨도 무방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프로세스 작동이 다른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 것보다 쉽고 비용이 싸게 들기 때문에 수익의 개념에서 쉽게 즐기는 편이다.

 

단순히 이익을 위한 동지적 카르텔. 그래서 정론의 가치나 언론의 정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한국 언론이 수입추구에 골몰하다 보니 언론 사명이나 정론의 가치는 증발한 지 오래 됐다. 다만 구세력의 지배이데올로기라는 냉전 반북 지역패권주의에 충실히 논리를 개발해주면서 단물을 빨아먹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수구 보수언론을 청산하지 않고는 진정한 민주주의 혁명이 완수될 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얼마전 어느 논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만약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mb처럼 검찰과 정보기관, 언론을 장악하고 국회를 시녀처럼 부렸다면 어떤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까. 대통령 단일화를 합의해 놓고 전날 밤에 제 집으로 숨어버렸던 정몽준부터 족쳤을 것이다. 현대가의 모든 형제들까지 사찰의 대상으로 삼고 현대가를 거덜내고 말았을 것이다.

 

조중동 사장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나팔수가 되어 조석으로 문안을 살폈을 것이다.

검찰은 지금처럼 권력의 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여러가지 수모를 겪었으면서도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려고 했다.

김대중 노무현 시절은 국민들이 국가의 간섭과 위협을 받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고, 또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살았다. 권력자라고 백성 위에 군림하지 않았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의원을 사병화하지 않았다. 검찰이 법의 집행을 공정하게 하도록 중립성을 보장했다. 언론을 장악하지 않고 일부 언론과 야합하지도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민주정치의 원칙을 지켰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충실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그런 민주주의 원칙 아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mb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다. 속된 말로 김대중 노무현정권이 지킨 민주정치의 최대 수혜자가 한나라당과 mb였다.‘

 

‘물에 빠진 狂犬은 몽둥이로 쳐야 한다’는 루쉰의 말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쥐었던 권력의 칼로 이들을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했으면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리라고 본 국민도 많았다. 지금 동토의 계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 10년을 그리워한다. 왜 동토의 계절인가는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가 지난 5월17일 내놓은 ’이명박 정권 3년 평가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야당이나 비판세력이 내놓은 평가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여당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객관적 자료로서 충분하다고 평가된다.

 

역사의 반동은 극심해졌다

‘한나라당 신주류 모임은 5월17일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3년 국정운영에 융단폭격을 가한 평가서를 전격 공개했다. 신주류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이날 조찬 회동을 갖고 모임 공동간사인 정태근 의원이 준비한 이명박 정권 3년에 대한 평가서를 공개했다.

평가서는 MB집권 3년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보수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덕목인 ‘책임’ ‘절제’ ‘희생’ 은 전혀 뒤따르지 않고, ‘소통’ ‘공정’ ‘정의’ ‘인권’ ‘생명 존중’의 가치는 말 뿐이지 실천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채 특정 세력에 의한 권력 독점, 회전문 낙하산 인사,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 시대착오적 민간 사찰 등이 이명박 정부 3년 내내 시정되지 않고 계속 되었다"고 비판했다.

 

평가서는 MB노믹스에 대해서도 "대기업이 성장해야 서민한테도 혜택이 간다는 주장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시장마저도 무차별적으로 빼앗는 가운데 대중소 기업간의 불평등 구조는 더욱 심화 되었다"고 질타했다.

평가서는 또한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잘못된 실용주의는 불통정부, 권위주위로의 회귀라는 인식을 낳았다"며 "말로만 공정과 형평을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이를 무시하면서 법치와 질서만을 강조하고 때론 색깔론마저 등장하는 현실에서 많은 국민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느끼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민주주의 후퇴를 개탄했다.

 

평가서는 친이직계 등 구주류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내 기득권 세력은 보수주의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당.청 관계에 매몰되어 당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한나라당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의회주의를 후퇴시켰다"고 융단폭격을 가했다.

 

<5월 17일자 뷰스앤뉴스>

한나라당에서조차 “MB집권 3년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보수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덕목인 ‘책임’ ‘절제’ ‘희생’ 은 전혀 뒤따르지 않고, ‘소통’ ‘공정’ ‘정의’ ‘인권’ ‘생명 존중’의 가치는 말 뿐이지 실천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채 특정세력에 의한 권력독점, 회전문 낙하산 인사,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시대착오적 민간사찰 등이 이명박 정부 3년 내내 시정되지 않고 계속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만큼 역사의 반동은 극심해졌다. 김대중 노무현이 이루어놓은 민주주의 가치는 말 그대로 크게 훼손되었으며,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한 평화의 담론은 더욱 후퇴해 남북대결과 긴장국면에서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언론의 역할은 권력의 감시와 견제다. 따라서 보수언론이 자주 찾는 공권력과 법은 언론과 ‘상호대립’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상호경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는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권력의 힘과 영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언론도 하나의 권력이고, 그 힘을 키우기 위해선 국가권력과 필연적으로 갈등할 수밖에 없는데 보수언론의 대명사인 조중동의 보도 태도는 시민사회와 사회권력의 힘을 강화하기는커녕 권력의 힘을 더욱 키워준다.

 

한국 보수언론의 현실

필자는 10여년전 서울신문(당시는 대한매일) 편집부국장 시절 ‘데스크 칼럼’ ‘언론횡포냐 언론탄압이냐’를 쓴 적이 있다. 잠시 인용키로 한다.

‘적어도 이 땅의 일부 보수언론은 지난 정권시절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엄청난 음해와 모함을 했다. 그들은 정치인 김대중이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간다고 시비하고, 왼쪽으로 가면 왼쪽에 서있다고 몰아붙였다. 그 자리에 서있으면 서있다고 공격했다. 숨쉬는 것조차 시비의 대상이 되는 판이었다.

이는 지난 40년간 집권세력이 조작한 과격이미지 논리에 순치되거나 그런 논리를 개발, 전파해주며 회사 이익과 개인 이익을 챙긴 결과물이다. 특히 그동안 형성된 지배엘리트층과 보수 기득권의 선봉이 되어온 일부 보수언론이 특정지역과 계층적 기반이 같다는 이유로 지역감정을 확대재생산하며 지역패권주의를 한껏 즐기는 죄악을 저질러왔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언론개혁 선도를 당부한다’는 서울신문 사설(98.8.27)에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동안 일부 (수구)언론은 강경 보수 기득권 세력의 선봉이 되어 냉전 이데올로기를 증폭시켰고, 특정지역과 재계 관료집단 학계 등과 계층적 기반이 같다는 이유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며 지역패권주의를 즐기는 데 앞장서 왔다. 균형을 가장한 교묘한 편파 왜곡보도로 국민과 독자의 가치판단을 흐리게 했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권력자의 자리에 올라앉기 위해 언론자유를 악용했다.’

 

한마디로 정론의 가치는 오래전부터 증발한 지 오래다. 그래서 요즘 하버드대학 선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가 세상적 화두가 되고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공평무사, 공정, 진실이 아닐까. 유럽에 세워져 있는 정의의 여신 디케 동상의 상징물은 세 개로 되어있다. 공평무사의 상징으로 눈가리개, 단호한 결단이나 처벌의 상징으로서 칼, 균형의 상징으로서 천칭저울이다.

 

이중 핵심은 천칭저울이다. 이 저울의 좌측과 우측에는 각각 원고와 피고, 죄와 벌, 성과와 보상, 의무와 권리 등이 올라간다.

하지만 이 천칭저울에 올라가는 당사자들은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균형점을 알 수 없다. 오직 균형점을 알 수 있는 자는 정의의 신이다. 그러나 이 정의의 신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판관 역할을 할 것인가.

 

현실적 최선은 깨어있는 국민 다수다. 시민들의 균형감각이나 여론 및 상식일 수밖에 없다. 저울질의 문제인 정의 공정 공평은 치열하게 다투는 당사자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 다수 국민이나 중립적인 제3자가 판단할 문제인 것이다.

 

투명 없이 정의를 얘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투명하면 다수가 지켜보기에 제멋대로 계량할 수 없고, 당사자들이 억지를 부릴 수도 없다. 이명박 정부의 공정사회가 허구인 것은 바로 공정의 핵심인 투명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의 공정을 생명으로 하는 영향력 있는 보수언론이다.

 

한국 언론환경

필자는 19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동아일보에서 취재기자로 근무했다. 이때의 동아일보는 정론의 가치에 충실이 복속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내외의 평가를 받았었다.

정론의 가치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소외받고 낮은 자에 대한 이해와 동정에서 출발한다. 기업, 관 등 힘있는 세력이야 자신들을 변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고, 권력이란 애당초 무제한적으로 행사하려고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피해를 받는 약자, 낮은 자, 소외된 자에 대한 배려를 언론이 대신 맡아서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1950년대 자유당 시절부터 5.16 이후 군부 강압통치와 유신, 5공의 폭압정권에 이르기까지 타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당한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부단히 펴왔다. 이로인해 많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 하지만 자유언론을 위해 싸우던 기자들이 해직되고, 쫓겨나는 등 희생을 강요받았다. 그때마다 진용을 재정비해 권력에 맞서 시시비비를 가려왔다. 그래서 한때 영향력, 판매부수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했다. 동아일보 광고 지면을 얻기 위해 기업의 홍보팀이 광고국 직원이 입실해있는 대중목욕탕까지 찾아가 지면을 달라고 간청했다는 일화도 널리 회자되었다.

 

하지만 80년대 말 이후부터 이같은 동아일보의 성가는 추락의 길을 걸었다. 확실하게 보수의 길을 걸어온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와 함께 조중동 카르텔을 형성해 강자의 편에 서왔다. 민주적 가치나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세력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계층과 지역민, 나아가 친기업적 보수적 제작 멘탈리티를 유지한 것이다. 이로인해 많은 동아일보 기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고민을 한 나머지 회사를 떠났다. 이중 대부분의 기자들이 호남 출신이었다. 한때는 동아일보가 호남쪽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했다.

 

동아일보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사다. 호남은 기본적으로 언제나 반독재 민주적 가치와 사회적 정의, 공동체의 공동선 추구에 강한 지역기질과 성향을 지니고 있다. 동아일보가 이 가치를 충실히 따르고, 때로는 이를 선도해왔다. 이는 바로 호남출신 기자들이 많이 포진돼있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80년대 말 이후 제작 기조는 돈 가진 강남세력에 편입됐다. 이같은 신문제작에 고민하고 혐오감을 가진 세력이 대체로 호남출신 언론인들이다. 이들은 그릇된 신문제작에 혐오감을 느끼거나 불만을 품고 대부분 언론사를 떠난다. 그 빈 자리를 대체로 영혼이 없는 인물들이 들어가 앉는다. 문제의식보다 성장 제일주의, 회사 사익에 도움이 되는 인물들이 들어가 앉는다.

 

호남 출신 언론인은 훌륭한 논객, 즉 스타가 많은 대신에 서로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조직화가 떨어져 있다. 스타란 신화적 존재지만 언론은 그런 스타들이 조직력을 발휘해 후배를 견인하고 자기 철학을 승계할 수 있도록 꾸려가는 구조여야 한다. 하지만 호남출신 스타 논객들은 자기 인기에만 도취돼 후배를 기르고 견인하는 데 등한시했다.

 

반면 영남 출신들은 훌륭한 논객(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갖는 데 제한적이기 때문에)이 없는 대신에 팀웍이 잘돼있다. 이들은 먼 눈짓으로 요소요소 요직에 선후배를 들여 앉도록 배려힌다. 이것이 수십년 쌓이면서 영남 일색의 언론사 상부층 형성의 기틀이 되고, 지금은 그 조직체가 불변의 자리로 굳어졌다. 이들은 같은 지역의 기업가들로부터 광고유치도 수월하게 해와 회사에 이익을 안겨주기도 하면서 요직을 독차지한다.

 

반면에 호남지역엔 뚜렷한 기업도 신통치 않고, 또 호남 출신 언론인들은 기자외적 역할에 서툴기 때문에 경영주로부터 배척되거나 변방의 자리로 밀리게 된다. 만다. 이같은 현상은 동아일보에 국한되는 것만이 아니라 도처에서 목격되는 풍경들이다.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음해와 모략 기사

우리나라 언론환경은 자사 이기주의적 행태가 구조화되어 있다. 특히 조중동 매체의 사익추구는 도를 더해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익 앞에서라면 솔방울도 수류탄이라고 왜곡하는 수준이다. 이익을 보장해주는 세력이 수구 보수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변하고, 또 생존의 근거를 ‘행동강령’으로 제시해줄 정도다. 조중동이 정치적 편향성과 지역의식이 내면화되어 매사를 정파성과 지역기준으로 갈라서 보는 경향은 이처럼 모두 자사 이기주의와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1980년대 말부터 중앙 언론사는 지면확대와 함께 시설확대 등 사세 확장을 도모했다. 본공장은 물론 분공장을 짓고, 전 지면 칼라 제작을 하고, 빌딩을 짓는 등 새롭게 시설을 정비했다. 이때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절박한 위기탈출의 방편으로 무리한 광고 유치, 협찬광고 형식의 기획물 보도 등 언론본연의 역할보다 재력확보에 혈안이 되다시피 했다. 이때 돈 가진 자본가에게 손길을 뻗치고, 결국은 자본가의 논리에 순응하는 과정을 밟아왔다.

 

이들은 선거철만 되면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음해와 모략 기사를 지면에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일제히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부도덕성, 각종 의혹을 증폭시켜 국민혐오감을 강조해왔다. DJ집권시절, 재보궐선거에서 김홍일 김홍업 김홍걸 3형제의 비리혐의에 대한 과도한 보도와 이로 인한 민주당의 참패는 이를 웅변으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들 ‘3홍’이 업자로부터 상납받은 액수가 수억원 대라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현철이 받았던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뇌물 수수다. 하지만 이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더큰 비리와 작은 비리라는 차별성은 아예 차단되고 오직 비리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수천억원의 비리를 자행한 자들에 대해선 왜 관대하게 보아주느냐고 항의할 수 없는 것이 바로 時制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진보적 가치에 냉담하고 보수 수구적 가치에 친밀감을 보인 것은 진보세력에게는 자본력이 결정적으로 딸리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의 과제와 대책

지금까지 이른바 한국 보수언론의 실태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해결점은 없는가. 대안과 대책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언론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각이다. 언론 자유는 다른 종류의 자유와 다르다. 다른 종류의 자유는 정치권이나 시민의 투쟁으로 찾을 수 있지만, 언론 자유는 최종적으로 언론인 자신들의 양심의 문제로 귀결된다. 오늘날 언론의 일그러진 초상은 언론 종사자들의 책임이 크다.

 

언론감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 언론개혁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나 특정 사람들이 언론감시 활동을 벌여왔지만 때로 그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다 보니 전선이 확장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수고와 희생정신을 평가하지만 상투적 레토릭과 폐쇄적 배타적 운동성향 때문에 일반 사람들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재야에 묻혀있는 퇴직언론인을 많이 발굴해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가능하다면 조중동에 근무했던 인적 자원 발굴이 필요하다. 이들의 목소리가 조직화된다면 호소력과 설득력은 높아질 것이다.

 

다음으로 현직 언론인들의 내부적 투쟁을 지원한다. 현직 언론인들이 언론개혁을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재직하고 있는 매체에서 언론개혁운동을 하다 불이익을 당할 경우 이들을 받아주거나 수용할 대안적 일자리가 없어서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국 언론은 서구 언론매체와 달리 근무지 이동의 자유가 거의 차단돼있다. 그만큼 각 언론매체가 폐쇄적 배타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재직하고 있는 매체에서 퇴출되면 재취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주의 부당한 요구나 부당한 제작간섭에도 충성도를 보여주는 구조가 되고 만 것이다.

서구식 계약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기자 이동의 자유는 어느 정도 보장될 것이다.

 

현재 계약제가 실시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인건비 착취의 수단, 또는 차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제 목소리를 낼 수도 없으며, 언제나 조직의 약자, 사회적 약자로 비굴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비정규직 인사체계가 아니라 서구식 계약제가 도입되면 언론인들이 사주의 횡포로부터 상당 부분 자유로울 것이다.

재취업의 자유가 보장되거나 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통로가 생긴다면 용기를 내서 정론과 언론자유의 이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국민의 재산인 정보라는 공공재 지킴이가 되자

지방신문 및 인터넷 매체의 지원대책 강구.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서구의 경우 여론의 균형성을 확보하고, 즉 편향성을 극복한다는 이유로 지방지를 지원하고, 재정적으로 허약한 매체를 지원해주고 있다.

 

국민의 재산인 정보라는 공공재를 가공해 유통시키는 언론이 한쪽에 편향되거나 자기편 위주로 제작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언론산업도 본질적으로 기업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재산인 정보를 부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윤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밀가루를 사서 제빵을 만들어 파는 일반 제과점과 구분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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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사

2011.06.08 1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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