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흠(고22)동문 뉴욕에서 아프리카(르완다)로 간 은행장 취임
국민일보 2009년 2월 28일자

[2009.02.28 04:45]   모바일로 기사 보내기


[미션라이프] 결혼도 미루고 아이도 안 낳으면서 오로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달려왔다. IMF경제위기 이후 11년. 그런데 왜 우리는 또 다시 환율급등·주가폭락·실업자 급증 같은 소식을 신문1면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일까.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멀리 아프리카에서 들려온 이종흠(54·로고스 센트럴 채플 장로)씨의 이야기가 혹시 참고가 될지 모르겠다. 미국 뉴욕에서 잘나가는 뱅커로 살아온 그는 신한뱅크 아메리카 은행장이라는 직위를 포기하고 이달 초 르완다로 떠났다.

그는 어릴때 부터 교회는 다녔지만, 1978년 군대에서 예수를 만나고 거듭남을 체험했다. 신앙생활을 한지 30년된 2008년, 그는 시간의 십일조를 드리기 위해 3년을 작정하고 “금융의 달런트를 가지고 지극히 작은 자들을 섬길 수 있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그때 자신을 불러준 곳이 르완다의 마이크로파이낸스(무담보 소액 대출) 기관인 ‘우르웨고 오퍼튜니티’였다. 아프리카 땅으로 갈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지만, 그는 사표를 내고 부인과 함께 키갈리(르완다의 수도)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우르웨고의 은행장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키갈리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이 행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 곳에 와서 처음 느낀 것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많은 것이 여기선 특별하다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초콜렛 하나도, 뉴욕에선 손도 대지 않던 것인데 이 곳에선 너무 귀하고, 부드러운 화장지 한장이 아쉽습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감사하는 마음 없이 살아갔는지 생각했습니다.”

우르웨고의 일을 인수인계 받고, 현지 직원을 면담하고, 고객들을 찾아다니느라 바쁘긴 하지만, 그는 생활이 무척 단순해졌다고 했다.

“뉴욕에서는 참 복잡하게 살았습니다. 늘 시간에 쫓기고 촌음을 아껴가면서 이것 저것 많이 해야 능력 있다고 여겨지는 그런 삶을 살았죠.”

뉴욕에서도 신실한 신앙생활을 했던 이 행장이지만, 그는 르완다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다시 발견했다.

“이곳에서는 고요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적막한 중에 있을 때 들을 수 있는 그런 소리 아세요? 현대 사회는 소음의 사회죠. 너무 소음이 많아서 자연의 소리, 창조주의 음성을 듣기가 참 힘이 듭니다. 여기에서는 들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들리는 새의 지저귐와 따스한 햇볕에서 창조주의 섭리를 느낍니다.”

현지 시장을 찾아간 얘기도 전했다.

“키미롱호의 채소 시장에서 생고구마를 파는 아주머니 옆에서 어린 아이가 흙바닥에 보자기를 깔고 놀더군요. 그런데 그 얼굴이 얼마나 밝고 맑은지….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 선한 웃음 속에서 모든 인류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선한 원리가 느껴졌습니다. 선진화되었다지만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초조하고 숨가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는 시장에서 한푼을 벌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몸짓에서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의 반성문이 실감나는 것은, 뉴욕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잠언에 ‘부자가 되기에 애쓰지 말고 네 사사로운 지혜를 버릴지어다. 네가 어찌 허무한 것에 주목하겠느냐. 정녕히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가리라’(23:4∼5)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도 돈이 날아갔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돈은 모으려고 애쓰면 날아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다 쓰지도 못할 돈을 모으느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양심과 윤리를 팽개치고 돈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삽니까. 그런 삶 속에서 결국 허무에 빠지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그는 청지기 정신을 강조했다.

“제가 이 곳 르완다에 온 이유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저에게 주어진 경험과 재능, 그리고 인생의 일부를 사용하고자 하는 작은 청지기 정신 하나 밖에 없습니다.”

‘우르웨고’는 사다리라는 뜻이다. 르완다의 농촌 지역엔 아버지 없이 어머니 혼자 자녀를 기르는 집, 게다가 같은 마을의 고아들까지 데리고 같이 사는 가정이 많다. 이들이 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팔려고 해도 그걸 시작할 돈이 없다.

우르웨고는 신용도 없고 보증을 서 줄 사람도 없는 이곳의 빈민을 30명씩 모아 아무런 담보 없이 1인당 30달러(약 4만5000원)씩 빌려준다. 우르웨고의 '모바일 뱅킹'은 휴대폰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시골 마을을 찾아다니며 돈을 빌려주는 업무다. 월스트리트를 주름잡던 그가 르완다에서 원시시대와 크게 다름없는 시골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돈을 빌려드립니다”를 외치고 다녀야하는 것이다. 돈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시작하는 법부터 간단한 회계까지 가르치며 자립을 도와준다.

“우르웨고의 지원으로 경제적인 삶이 나아지면 자녀들을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보낼 수 있게 되고, 작으나마 집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죠.”

우르웨고는 오퍼튜니티 인터내셔널 등 4개의 기독교 NGO가 ‘궁핍한 자를 도우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 위에 공동 설립한 기관이다.

“저희는 기독교 정신에 근거를 두고, 모일 때마다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내며, 성경적 원리에 입각한 경영법을 전하면서 고객들에게 복음이 전파되길 바랍니다. 경제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이고 영적인 변화를 추구합니다.”

그는 우르웨고에서 접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전했다.

AIDS로 남편을 잃은 에스페란스는 6명의 아이를 혼자서 기르고 있었다. 남자들이 하는 험한 공사장 일을 하며 힘들게 살고 있었다. 어느날 우르웨고 직원이 공사장에서 일하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우리 사무실에 한번 찾아오세요"라고 권유했다. 에스페란스는 사무실에 찾아가길 꺼렸다. 입고갈만한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우르웨고 사무실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기독교인이었던 그녀는 일 때문에 교회를 가지 못했는데 그곳에서 함께 기도하며 큰 위로를 받았다.

우르웨고는 에스페란스에게 30달러를 빌려주며, 과일을 사서 시장에서 팔아보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4개월만에 30달러를 다 갚았다. 다음엔 60달러를 빌렸다. 그 돈도 다 갚았다. 이제 그녀는 800달러를 빌려 우유와 과일을 파는 가게를 차렸다. 그녀는 매주 교회에 출석할 수 있게 되었고, 우르웨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상담해주는 일도 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활이 안정된 뒤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같은 마을의 부모 잃은 아이를 입양한 것이다. 르완다에는 오랜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가 넘쳐난다. 지금 2명을 입양한 에스페란스는 앞으로 6명까지 입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르웨고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혹시 르완다의 작은 채소 시장에 있지 않을까?

르완다의 마이크로 파이낸스

"거리에서 구걸하던 제가 이젠 제 힘으로 벌어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우르웨고 오퍼튜니티의 인터넷 홈페이지(uomb.org)에 소개된 숯장사 얀비에르의 말이다. 우르웨고는 르완다에서 가장 큰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르완다에서는 2000년대 들어와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이 급증했다. 200개가 넘는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이 설립됐으며,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도 늘고 있다. 소액대출이 필요한 빈곤 가정의 30%가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1997년 설립된 우르웨고는 약 4만명의 고객에게 소액대출과 직업 훈련을 통해 자립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들은 560개의 마을공동체와 54개의 자활공동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으며, 그중 85%가 여성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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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2009.03.11 18:37:10

무엇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자 힘쓰는 "이종흠"동문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복음의 빚진 자로서의 사명을
깨닫고 환경이나 생활여건이 열악하고 아직까지는 문화가 뒤떨어진 곳에 오직 주님의 복음의
일꾼으로 부름받았다고 믿고 싶습니다, 동문이 하고자 하는 일마다 하나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원하며 가족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중18회, 고16회: 박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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