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아
바람이 너를 데려가려 하거든 가만 있거라.”
그분이 읽어보라고 권한 책 ‘황혼의 미학(안셀름 그륀 지음)’ 을 보다가
약속한 시간이 되어 작은 배낭에 초콜릿 몇 개와 물 한 병을 넣어 집을 나섰다.
비룡합창단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그분이 일산 우리 옆 아파트에
사신다는 것을 알았다. 인연이란 참 가까운 곳에서 맺어진다.
한 시간이 넘는 전철 안에서 ‘산’을 말씀하셨고, 산이라면 큰 부담이 없다고 여기던 터라
북한산 가자는 말씀에 덜컥 약속을 했지만... ‘소백산 사건’ 이후 지켜질 것 같지 않음을
간파하셨던지 일산에 있는 고봉산(164m)에 가자고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2011년 9월 17일 토요일 오후 3시.
그분이 앞장서서 걸었고 나는 뒤 따랐다.
그분의 호흡은 일정했는데 15년 젊은 내 호흡은 변화무쌍했다.
그래도 힘 안든 척 따라 붙었더니 더 빨라지신다.
아이고, 천천히 걸을걸...
고봉산 이길 저곳을 알려주셨고 내가 힘들어 보이면 쉬어가게 했다.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서는 철봉을 잡더니 턱걸이 50여개를 쉽게 하신다.
“40여년 정도 테니스를 했지. 10년 전에 산에 갔는데 힘이 부치는 거야.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어. 꾸준히 했지. 턱걸이도 첨에는 5개도 힘들었어.
이젠 맘먹고 하면 150개는 할 수 있지. 건강은 자기하기 나름이야.”
두 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씩을 마셨다.
목 뿐 아니라 온 몸이 시원했다.
이수상(10회) 선배님, 감사해요.
담 토요일에는 좀 더 긴 코스로 가시죠.
편히 쉬세요^^
* 소백산 사건
소생이 비룡산악회 소백산행에 따라나섰다가 하산 길에 쥐가 내려 자빠져 버린 비극적인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