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취미를 쓰라고 하면 ‘등산’이라고 합니다.
(여성들이 많은 곳에 가면 얍삽하게 ‘영화감상’이라고 적기도 합니다만...)
계곡의 차가운 물, 바람에 먼저 눕는 들풀, 산새소리, 이름 모를 꽃, 푸른 잎...
산은 저를 편안하게 안아주는 엄마의 품안입니다.
바람난 수캐처럼 스트레스 없이 자란 저는 험한 산길도 곧잘 오릅니다.
등산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회사 등산대회에서 단체 1등을 한 적도 있습니다.
힘든 분들의 배낭을 대신 메기도 하고, 낙오한 분을 부축하는 것도 내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산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소백산 비로봉 1,439m
전임 김상운(22회) 사무총장이 동호회에 자주 참여해야한다고 하면서 정순배(14회) 비룡산악회장을 소개해 주셨고,
또 산악회 총무 서기완(30회)의 끈질긴 문자가 나를 울려서 ‘현재 인원 34명’일 때, “에이, 가자!” 부부 쌍으로 참석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28일에 있었던 두 개의 약속을 미뤘습니다.
고향집에 계시는 어머니의 어깨도 한 3분쯤 주무르다 보면 땀이 나고,
5분쯤 지나면 어깨가 아파서 하기 싫어지는데, 이분들은 한 시간여 동안 제 손과 발을 주물러 주셨습니다.
장명균(21회) 대장, 황근수(29회) 대장, 이종갑(22회) 형님, 형수님...
특히 형수님은 침을 놓을 줄 알아서 손가락과 발가락을 따 주셨습니다.
어찌 이 고마움을 잊을 수 있을까요?
급체에 양 다리에 쥐가 내림
걷는 것은 물론 호흡도 어려웠습니다.
아이고... 처음 당하는 일이라 창피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가지고 간 아스피린과 소화제 생각도 안 났습니다.
얼마나 이를 물고 참았는지 집에 와서 보니 어금니 한 개가 깨졌습니다.
곁에 있던 아내는 입안이 다 터져있었습니다. (과부되는 줄 알았다나...)
체력의 70%만 사용하라던 엄홍길 산악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 라죠? 체력에 맞춰 겸손하게 올라야겠습니다.
밤과 낮으로 노숙인들을 만나서 자립을 돕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늘 잠이 부족합니다. 그날따라 2~30분 정도 자는 낮잠도 못자고 거리사고가 있어서 새벽 5시가 다 되어
1시간 정도 사무실 소파에서 잤습니다. 피곤했지만 소백산 정도는 갈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그만 누적된 피로를 생각 못했습니다.
마침 정상에 있던 119구급대원들의 전문적인 처치와 소화제를 먹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1시간 넘게 지체된 데다가 6km가 넘는 하산길을 천천히 가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차를 몰고 주차장 입구까지 올라와서 기다린 윤익상 총대장과 ‘저질체력’ 사무총장을 격려해 준 여러 동문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119구급대원들의 노고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는 공부하고 준비 할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작은 일에도 준비하겠습니다. 준비는 다름 아닌 '겸손'입니다.
?ㅎㅎ 글게...
나도..
소백산에서 건이동생 발을 한시간여나 주무르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지~ㅇ
이제사 하는 말이지만...
실은 나도 많이 불안했어.
어쨌거나 그만하길 다행이야.
걱정에...
일욜날 전화해볼까 하다, 운기조식 중일거란 생각에 월욜날로 미뤘는데,
먼저 문짜보내줘 방갑고, 고마웠어.
글고...
이쁜 제수씨에게 전해줘~♪
저질?체력 동상! 델꼬 살아준건 고마운디,
체력관리 좀 잘~시켜 뗄꼬 살란다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