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인생의 반세기를 지나서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

 

고등학교 졸업 30주년은 사회의 중추적 활동시기에 다시 모교에 와서 옛날을 생각하고 현실을 보면서 미래를 투영 시키는 행사다.

 

목포고등학교 제 29회 졸업생은 서울 광주 목포 지역에서 불원천리를 마다하고 2010년 4월 24일 목포역으로 집결하기로 했다. 서울 경기 재경팀은 용산역에서 모여서 KTX를 타고 갈려고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인생의 반세기를 살아온 흔적인 냥 하이얀 머리카락이 시간의 흐름을 대변해주는 듯 하고 사회의 연륜들이 얼굴과 눈 사이 잔주름에서 나타난다.

 

KTX 승강장 문턱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준비된 음식과 음료 술 등을 싣고 11호차에 승차한다. 11호차는 우리가 통째로 예약을 한 관계로 다른 손님은 없다. 옛날 교정에서 다정했던 사람끼리 자리를 잡았는지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학창시절 인연들이 많았던 사람끼리 앉은 것 같다.

 

기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한강철교를 힘차게 달린다. 날씨가 맑은 관계로 한강의 유람선이 평화롭게 선명하게 보이고 63 빌딩이 오늘따라 우리를 배웅하는지 황금빛 자태를 뽐내며 인사하는 듯하다. 광명역을 지나니 점심으로 보쌈고기 홍어 묶은 김치 등이 나온다. KTX 차안이 갑자기 약간 삭은 홍어 냄새와 보쌈 돼지고기 냄새로 가득 차며 서울 쌀 막걸리가 배달되니 남도의 삼합이 어우러진 남행열차 잔칫상이 되었다. 꼭 고등학교 졸업 30년 후 다시 모여서 수학여행 가는 기분이다. 이렇게 동창들이 모여서 KTX 남행열차를 타는 일이 자주 있으면 좋겠다. KTX 전용철도 구간은 눈 깜짝할 사이 홍어 몇 점과 막걸리 서너잔을 마시는 사이 지나가 버리고 충남 아산역 및 대전 유성역에서 중부팀 정해연 대령 등이 동참했다.

 

산들이 파란 제복으로 갈아입고 환영식 열병을 하는지 도열해 있고, 봄빛 완연한 남도의 들판은 초록빛 카펫트를 깔아 놓고 우리들을 맞이하는 듯 푸름과 봄꽃 향기가 어우러진 벌판은 우리들의 축제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세 시간 50분 이제 막 이야기꽃이 익어가고 고광선이가 집에 가깝게 왔다고 K집에 멋있게 판을 정리할 무렵 기차는 벌써 목포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니 목포 광주 친구들이 먼저 와서 두 줄로 도열 우리들을 환영 얼싸안는다. 따뜻한 손, 가슴을 부딪치니 30년 우정이 심장에서 폭발하여 엉키는 것 같다. 바로 이것이 홈 커밍데이 (Home coming day) 맛이 아닐까! 목포역 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효균 친구가 보내준 버스를 타고 하당 평화의 광장으로 이동했다.

 

신도심으로 변한 하당은 갓바위가 깨끗하게 공원으로 정리되어있고 유람선 선착장 영산강 하구언이 연결되어 목포는 항구다는 이미지를 부각 시킨다. 스타 마리너 관광선에 올라타 선상 관광을 시작했다. 갓바위를 빙 둘러서 관광용 다리 통로가 만들어져 있고 옛 항구 자리는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다. 배가 푸른 물결을 가르며 달리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수많은 갈매기가 우리들을 환영하기 위해 축하 비행을 한다. 유달산과 삼학도가 오늘따라 선명하게 보이며 목포는 항구라는 노랫가락 가사가 바로 여기를 배타고 지나다가 선상에서 지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유람선이 용머리를 향해서 달려가니 목포대교 높은 주탑이 다도해의 관문임을 알리는 듯 서 있으며 21세기 서해안 시대의 주요항구임을 알리려는 듯 양 팔을 벌려 목포를 감싸 안을 듯하다. 아마도 목포대교가 완성되고 주탑에서 휘황찬란한 불빛이 불야성을 이룰 때 자고 있던 용(잠룡)이 잠에서 깨어나 비룡이 되어서 천하를 평정할거라는 멋있는 영감이 머리를 스친다.

 

선상관광을 마치고 잠룡관에서 목고인의 밤 행사에 참가하고 30주년 주행사장인 샹그리아 호텔 8층 연회장에 모였다. 30주년 행사는 우리들의 주행사이지만 그동안 우리들을 키워온 은사님 초청도 중요한 행사여서 고인이 된 몇 분을 제외하고 17명의 은사님이 초청되었다. 은사님 한분 한분 소개할 때 마다 옛날 별명이나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한바탕 웃음과 함께 훨씬 정감어린 시간을 보냈다. 박자경 선생님을 소개 할 때 별명이 왕발이라고 하니 선생님이 손수 키 185cm에 신발이 295cm라고 소개하여 행사장이 웃음바다로 변했다.

 

간단한 벨리댄스 및 난타공연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고 친구들과 은사님들의 담소와 그동안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데 지방 선거철이라 지역구 국회의원과 목포시장 및 교육감 후도 등 많은 정치인들의 3분 스피치가 약간의 열기를 올려준다. 우리 동기중 이효균 친구가 도의원으로 민주당 공천이 끝나 2선 도위원이 확실하고 앞으로 차차기 목포시장을 꿈꾼다고 하니 힘차게 밀어주기로 하면서 응원의 박수를 힘차게 쳐주었다.

 

1차 행사를 마치고 2차는 조은날 라이브 카페에서 했다. 처음은 서먹했지만 한번 노래가락이 시작되니 남도 사람들의 흥이 살아나 꼭 고등학교 때 기말고사 끝나고 몰래 중등포가서 고고장 파티를 하는 것 같다. 한밤의 춤과 노래 파티는 100년 만의 저온 현상을 확실하게 날려버리는 것 같이 뜨겁게 화산처럼 폭발했다. 아쉬움은 많이 있었지만 다음 체육대회를 위해서 사랑으로라는 곡을 합창하며 2차를 정리했다. 모두 숙소를 확인하고 능력껏 목포의 밤문화를 각자가 경험하기로 하면서 공식 행사는 끝났다.

 

아무리 밤늦게까지 놀아도 새벽같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나이들은 먹은 모양이다. 하나 둘 추풍령 감자탕 해장국집에 모여서 콩나물 북어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술먹은 다음날 해장국 맛이야 무엇으로 비유할까. 바로 옛 친구를 만나서 옛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서먹했던 것이 확 풀리는 맛 그런 맛이 30주년 저녁 행사 후 아침에 먹는 해장국 맛이다.

 

아침을 먹고 체육행사장인 유달중학교 실내 체육관에 모였다. 체육행사는 1-6반, 7-12반 두팀으로 나누어 단체경기로 배구와 족구를 하고 개인경기로 재기차기와 림보 게임을 했다. 50이 넘어서 늘어난 허리 싸이즈에 무뎌진 운동 감각 등 옛날 같지는 않지만 가장 큰 허리 싸이즈를 자랑하는 이상훈 친구가 보기와는 다르게 감각적인 운동신경으로 명장면을 연출하여 가장 많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고, 조용한 성격의 김경수가 재기차기를 23회까지 성공 1등을 하는 듯 했는데 막판 김승길이가 27회를 성공시켜 체육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체육대회의 준비뿐 아니라 홍어 낙지 등 목포의 특산물로 진수성찬을 준비한 목포 친구 및 목포 친구 사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커다란 행사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고는 성공 할 수 없다는 것을 30주년 행사를 통해서 더욱 가슴 깊게 느꼈다. 체육관 즉석에서 요리하여 먹는 음식맛이 우리 29회 친구들의 우정 맛이요, 산낙지의 찰싹 달라붙는 맛과 홍어의 깊은 삭은 맛이 남도 사람이 아니라면 약간은 역겨울 수 있지만 바로 이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목포고 29회인 것 같다.

체육행사 등 모든 30주년 행사를 정리하고 40주년을 기약하며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작별을 고했다.

 

재경팀은 오랜만에 시내를 걸어보자며 시간이 허락 되어서 유달중에서부터 목포역까지 걸었다. 시내는 많이 변했고 산정동 기차 건널목이 지하로 되어서 옛날과 가장 많이 변해있다. 목포역에서 아쉬운 이별이다. 이다음 언젠가 더 큰 성대한 모임을 위해서 다시 오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KTX에 올라 그동안 수고한 회장 및 총무에게 수고의 박수를 보내고 준비된 저녁을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KTX는 힘차게 저녁노을이 지는 호남의 벌판을 달린다. 이번 30주년은 우리들의 지난 30년 전의 과거로의 여행에서 그 때의 꿈과 이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졌고 또한 지금을 바탕으로 향후 미래가 어떻게 될 거라는 미래로의 투시의 여행이었다. 아마도 우리들의 미래는 선상관광에서 보았던 용머리에 목포대교의 주탑에서 휘황찬란한 불빛이 불야성을 이룰 때 잠룡이 잠에서 깨어나 비룡이 되어서 이 세상의 주역이 될 것이다! 꼭 그렇게 될 거라고 저녁노을이 너무도 먹있게 붉게 물들고 인생의 반세기를 넘었다고 열이틀 밤에 뜨는 반달이 넘어서 보름달이 되기 전의 희망의 달이 상경하는 KTX를 휘영청 멋있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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