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라고 무작정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기술에서 앞서가고 고객에게 인정받는 ‘초일류 폴리염화비닐(PVC)공장’을 목표로 전 직원들의 단결된 힘을 다시 한번 보여 주겠다.” LG화학 여수PVC 공장장 정종회 상무가 말하는 하반기 공장 경영의 핵심 전략이다.정 상무가 보는 하반기 석유화학 경기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중국과 중동의 존재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업계에서는 중동이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신·증설이 다소 늦춰지고 있긴 하지만 가동이 본격화될 경우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정 상무는 자신했다.
지난 2006년 고유가와 중국 공세에 밀려 288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생산 라인을 중단하고 인력을 다른 부서로 배치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발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정 상무는 당시를 돌아보면 ‘끝이 보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잘 나가던 PVC공장이 하루 아침에 가동 중단을 결정, 그 과정에서 노사간은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지난 1976년 PVC 공장이 여수산단 내 가장 먼저 준공되면서 30년 넘게 맏형 역할을 해 온 공장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형국이었다.직원들은 사측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불신의 장벽은 더욱 높아만 갔다.정 상무는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200여명의 직원들을 맨투맨으로 만나 설득 작업에 들어 갔지만 한번 실망한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그리 쉽지 않았다.이러한 설득 작업이 1∼2주가 지나면서 조금씩 회사의 진정성이 전달되면서 직원들도 생존을 위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장 분위기는 다시 살아나고 다시 한번 결집된 힘을 보여주자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갔다. 지난해 3월 이후 매월 생산량 신기록 경신이 이어지면서 당초 회사 측은 지난해 300억원가량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42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 취임한 김반석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도 여수 PVC공장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했다.
정 상무는 “지금은 편안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는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믿는 만큼 이루어 진다’는 노먼 빈센트 필의 저서처럼 우린 결국 서로의 신뢰와 믿음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 여수PVC공장의 저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정종회 상무는 “그동안 생존이 최고의 화두였다면 지금부터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세계 일류 수준의 생산성을 확보해 초일류 공장으로 만드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