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남·부산·서울高 동문, 노래로 하나되다 2013.11.25 조선일보
검은색 연주복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맨 중년 신사들이 무대에 올라섰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 전통의 명문(名門) 경기·경남·부산·서울고(가나다 순) 4개 고교의 동문 합창단 발표회 '사교만추'(四校晩秋)가 열렸다. 800석 가까운 1, 2층 객석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응원하러온 가족들로 가득 찼다.
첫 순서는 최정남 지휘자와 함께 연주한 경기 OB남성합창단.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올해 고교를 졸업한 스무 살 이주호씨부터 칠순을 훌쩍 넘긴 1959년 졸업 동기생 강홍섭·손진호·최재명·성병욱씨까지 경기고 합창단 26명은 '젊은 오빠'처럼 활기찬 목소리로 화음을 빚어냈다. 김무언(70) 경기고 합창단장은 "우리는 60대 중반이 주축인 중후한 합창단인데, 오늘은 다른 학교 합창단을 의식해서인지 좀 긴장한 것 같다"고 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경기·경남·부산·서울고 동문합창단 발표회‘사교만추’마지막 순서로 연합합창단 130여명이 함께 노래 부르고 있다. /전기병기자
이어 등장한 경남고 재경 동문 합창단 '용마코러스'는 배공내 지휘자와 함께 정지용의 '향수'와 홍난파의 '사공의 그리움' 등 3곡으로 꾸몄다. 고교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을 가곡을 부르는 초로 신사들의 얼굴은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감개무량해 보였다.
1966년 경남고를 졸업한 김재민(65)씨는 "고등학교 때 배공내 선배가 교실을 돌아다니며 합창단원을 선발해서 들어갔던 게, 지금까지 왔다"면서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선배들이 가사를 외워서 발표하자고 해서, 모두 암보를 하고 연주했다"고 말했다.
부산고 재경 동문합창단 '아스라이'와 서울고 '리더타펠 서울 남성합창단'은 손을 번쩍 들고 함성을 지르며 연주를 힘차게 마무리했다. 30~40년 전 고교 시절로 돌아간 듯 패기만만한 모습이었다.
순위도, 시상식도 없는 합동 연주회이지만, 초로의 신사들이 빚어내는 남성합창의 웅장한 화음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자기 몫을 다하며 분주한 세월을 보낸 남자들이 가슴속에 감춰온 낭만과 추억을 마음껏 쏟아내는 자리였다.
이번 공연은 작년 11월 말 경기·경남·부산·서울고 동문합창단 단장·지휘자 모임을 가지면서 구체화됐다. 지난달엔 11개 고교 동문합창단 단장·지휘자 연석회의를 갖고 내년에는 공연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배가 많이 아픕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