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2일 비룡 62차 호명산 산행에 참가했다.
‘호명산’(虎鳴山)은 경기/가평군/청평면/청평리에 위치한 632.4m 높이의 산으로, 그리 높지는 않아도 산세가 험하여 예전에는 호랑이가 서식한 듯,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북정맥’ 상의 ‘귀목봉’(鬼木峰 1,035.2m)에서 남으로 뻗은 줄기의 끝자락에 위치하며, 남쪽에는 ‘청평호’(淸平湖)를 두고 서쪽에 ‘조종천’(朝宗川)이 흐른다. 이 지역에는 이름난 산이 많은데 시계방향으로 북쪽에 운악산/명지산/화악산이 있고, 남쪽에 용문산/유명산 등이 있다.
호명산에는 또 백두산 ‘천지’(天池)를 연상시키는 ‘호명호’(虎鳴湖)가 있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저수지를 535m 산 위에 축조하여 인공호수가 생긴 것인데, 주변 일원을 ‘호수공원’으로 꾸며놓았으며, 경춘선 상천역 인근 상천마을회관에서 호명호반까지 버스가 다닌다.
충북 단양에도 같은 이름의 475m 호명산이 있다.
이 날의 산행 기록/영상을 정리해 올린다. 이 중에는 이수상 김달억 설영형 문웅비 동문이 목고넷에 올린 영상에서 옮겨온 것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양해를 구하며, 또 감사의 마음 표한다.
08:00경 수유동 집을 나서 상봉역에 일찌감치 도착했다. 시간 계산을 잘못했는지 40여 분이나 빨랐다.
경춘선 승강장으로 가다가 김상운 동문을 만났고, 4회 백원주와 이인배 그리고 초행인 6회 길병돈 동문은 이미 도착했다고 전화를 주었는데 보이지 않았다. 모임 장소를 찾느라 헤매고 있음이 분명해보였다. 쯔쯔쯧...
스마트폰 잠금장치 해제가 뜻대로 되지 않아 동문들의 조언과 지원을 받는 사이 시간이 흘렀다. 낯익은 동문들의 모습이 승강장을 채우고 있었다. 5회 김상열 조길현, 10회 이수상, 그리고 산행을 이끌 윤익상 총대장, 박상복 황근수 대장, 운영을 맡을 문웅비 총무 등등...
09:28 ‘상봉역’ 발 ‘경춘선’의 맨 뒷칸에 탔다. 재빠른 동문들이 자리를 잡아주어 앉아 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자전거와 함께 탑승한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고무바퀴가 아주 가늘고 가벼워 보이는 자전거도 있었다. 일부러 보여주려는지 열차에서 내려서는 어깨에 메고 걸어갔다.
10:10 ‘청평역’에 정차했고, 목적지인 다음 역 ‘상천역’에는 10:15 도착했다. 정순배 회장과 8회 김우일 동문은 여기서 합류했다. 모두 역사 밖으로 나와 인원 점검 한 뒤 10:22 상천역을 출발해 산행을 시작했다. 나중에 ‘호명정’ 뒷마당 간식 시간에 합류한 장명균 대장을 합하면 모두 20명이었다.
이날 산행 코스는 상천역→호명호수→호명산→청평역 11km, 4시간 30분 내외로 잡혔다.
10:27 3거리에 다다랐는데 ‘호명호’(虎鳴湖)까지 운행하는 버스 정거장이었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생각을 지우고 풀밭을 지나 저만치 가고 있는 일행의 뒤를 쫓아갔다. 구름이 거의 없이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였다.
‘호명호 2.9km 호명산 6.8km’ 이정표의 첫 번째 안내판을 10:30 지나고, ‘큰골능선’에 올라 10:42 송전철탑을 지났으며, 앞서 가다 쉬고 있는 일행을 10:54 만나 잠시 땀을 훔치며 함께 쉬었다.
2.3km 정도 산행 후 11:20 호명호를 1km 앞둔 지점의 안내 표지판을 지나서부터는 급경사의 길이 이어져,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올라갔다. 육산이지만 경사진 길은 대부분 돌길이었다. 군데군데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조금이나마 힘을 아낄 수 있었다.
11:50 계단식 길에 당도해 숨을 좀 고르고 약간 내려가 ‘호명호수 공원’으로 들어갔다. 호반으로 가는 길 가에는 ‘까치수염’도 꽃을 틔우고 하얀 인동덩굴 꽃도 피고 있었다. 잎 모양이 ‘여뀌’ 같았는데 까치수염이었다.
‘상지로’를 걸어 호수 쪽으로 가는데 오른쪽으로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저수지인 호명호의 주댐이 보였다. 높이 62m, 길이 290m의 사력댐(沙礫dam)이다. 중앙에는 점토로 채우고 주변을 자갈과 모래로 다지고 돌을 쌓아 만든 댐을 말한다.
11:58 ‘虎鳴湖’(호명호) 표지석 앞에 도착했다. 목고넷에 오른 영상을 보면 이수상 동문 일행은 15분 전 쯤에 이 곳을 거쳐 갔다. 천천히 가며 함께 기념촬영이라도 하면 좋았을 텐데...
호반을 따라 빙둘러 울타리를 쳐 놓았는데 녹색 철망 아래 바닥에 ‘금계국’이 만개해 노랑 띠를 두른 것 같았다. ‘루드베키아’(원추천인국)도 여기저기 꽃을 열기 시작하고 있었으며, 또 분홍빛 인동덩굴의 꽃이 군데군데 수를 놓고 있었다.
소풍온 어린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12:05 진입광장의 버스정거장에 도착했는데, 김우일 동문이 ‘비비빅’을 샀다. 또약볕 아래서 아이스바를 받아 깨무니 이빨이 다 시렸다. 천사를 만난 것이냐 관음보살을 뵌 것이냐...!!! 덩굴지붕 아래 의자에 옮겨 앉아 동문들과 함께 비비빅을 먹었다. 온몸이 다 시원해졌다.
정순배 회장은 사정이 있어 버스로 하산한다는 말을 들었다. 간밤에 과음한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12:15 덩굴지붕 아래서 나와 시계방향으로 돌며 ‘호명호’를 제대로 살펴보았다. 호수면 한쪽에 커다란 거북이 모형이 보이고 가운데쯤에는 1쌍의 백조 모형을 띄워놓았다. 잔잔한 호수면에는 건너편 나무숲이 거꾸로 보이고 그 아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반사시키고 있어 하나의 큰 거울을 뉘여놓은 것 같았다.
‘호명호’(虎鳴湖)는 한전(韓電)이 설비용량 400MW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저수지로, 해발 535m 높이에 축조한 저수량 267만㎥의 인공호수이다.
청평양수발전소는 북한강 수계에 축조된 ‘청평발전소’의 ‘청평호’ 저수지를 하부저수지로 하여,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나 휴일에 물을 상부저수지인 호명호에 퍼 올려 저장했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첨두부하 때나 대용량 발전소 사고 때 아래로 흘려내리면서 수차를 돌려 발전한다.
양수했다가 다시 발전하는 것 자체는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계통 저부하 때에 원자력 등 대용량 발전소의 정지 후 재가동에 따르는 큰 손실을 보상하고 부하율을 높이는 효과가 크며, 예비전력을 확보하는 등... 양수발전은 전력계통이 커지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발전방식이라 할 수 있다.
청평양수발전소는 수차와 발전설비를 지하 350m의 깊숙한 곳에 설치해 생기는 480m의 높은 낙차를 이용하는데, 200MW 1호기는 1979/10/31일, 200MW 2호기는 1980/01/31일 각각 준공해 이후 전력계통의 효율적 운용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12:18 호수 북쪽 ‘한전 순직사원 위령탑’ 앞을 지나고 12:21 수100 단은 됨직한 동북쪽의 가파른 층계를 올라갔다.
도중에 개망초 군락지가 있었다. 개망초의 하얀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화송이를 아주 작게 줄여놓은 듯 참으로 깜찍하게 예쁜 꽃인데도 너무 흔해서인지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듯하다. 어린이 병아리 송아지처럼 대체로 작은 것이 예쁜 법인데... 개망초를 볼 때마다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12:25 ‘資源開發의 새 紀元’ 탑 아래 다다라, 잘 빠진 몸매의 여신상을 넋을 잃고 쳐다 보다가 탑의 내력 읽는 것을 깜빡 잊을 뻔 했다.
한국 초유의 양수발전을 위해 과학의 힘으로 천지(天池)를 만들면서... 자손들에게 겨레가 더 잘 살 길만을 찾아 나아가기를 당부하는 내용의 서정주 시인의 시를 김기승 글씨로 새긴 것으로 보이며, 탑은 이일영 작품으로 1980년 최규하 대통령 때에 건립된 것이었다.
당시에는 대 역사였지만, 지금은 삼랑진-무주-양양-산청-청송-예천 등 양수발전소들이 여러 곳에 건설되어 곳곳에 ‘천지’가 만들어져 있어 큰 감동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12:28 전력홍보관인 8각정 ‘호명정’(虎鳴亭)에 도착해 1층 정수기의 시원한 물을 몇 컵 마신 뒤 2층으로 올라갔다. 홍보 영상을 볼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고, 호명호수 쪽과 호명리 쪽을 바라볼 수 있는 2곳의 전망소가 있었으며, LNG 운반선 극동호의 모형도 놓여 있었다.
대충 둘러보고 내려와 12:35 뒷마당 느티나무 아래 자리를 마련하고 간식을 시작한 일행에 끼어들어가 앉았다.
가져간 쑥 인절미를 내놓고, 우선 막걸리부터 한잔 마신 다음, 동문들이 내놓은 감자며 송편, 삶은 계란 등을 먹었다. 모두들 4km 정도의 산행 뒤끝에 먹는 간식 시간이 가장 즐거운 듯 보였다.
간식을 마치고 13:20 좀 지나 자리를 떠 가장 동쪽에 위치한 첫 번째 전망대로 갔다. 널찍한 목조 데크로 휴식장소이지 전망대라고 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나무숲 사이로 호명리 쪽 계곡을 쬐∼끔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갖가지 나무와 야생화로 가꾸어진 길을 따라 두 곳의 전망대를 더 거쳐 호수 남쪽에 이르러 호명산을 향해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남쪽 전망대에서는 호명산의 멋스런 자태를 볼 수 있었고, 청평호 남쪽의 연봉들도 연무 속에 푸르스름한 실루엣을 남기고 있었다.
젊은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코스였겠지만... 주능선 산행길은 오르락 내리락 끝도 없이 이어져 노구를 지치게 만들었다. 육산이라지만 그래도 힘든 곳은 돌길이 대부분이었다. 도중에 한두 번 일행이 함께 쉬고, 14:51 ‘기차봉’ 정상에 이르렀다.
기차봉 바위 곁을 젊은 남녀 8∼9명이 차지하고 앉아 먹자판을 벌이고 있었다. 자리를 좀 옮겨달라고 부탁해 사진을 찍었다. 619m 기차봉은 ‘아갈바위봉’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굼뜬 걸음이 더 지체되어 한참 뒤처지게 되었는데... 오늘도 장명균 황근수 대장과 문웅비 총무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해주었다.
15:34 드디어 632.4m 호명산 정상에 당도했다. 설영형 동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석 곁에서 여섯 사람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막걸리도 한 병 사 마셨다. 조그만 헬기장 가에는 주류 판매상이 있었다. 그런데 조망이 시원찮아 실망이 컸다.
호명산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정상에서의 조망은 시원스럽다’거나 ‘남쪽에 청평호를 끼고 서쪽에 조종천이 굽이쳐 흘러 마치 물로 둘러싸인 듯한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는 등의 표현이 보이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또 가평군 등산(산행) 도우미의 안내표지판에도 “정상에서는 조종천과 북한강이 보이고 멀리 북쪽 화악산, 명지산, 운악산(북서) 남동쪽 용문산, 남쪽 방향으로는 뾰루봉, 화야산, 서쪽 주금산, 축령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고 했다. 혹시 낙엽이 지고난 겨울에는 그럴까...??? 아닐 것 같다.
목고넷에 올린 동문들의 사진을 보니 이수상 동문 등 선발팀은 15:04, 중간 팀들은 15:16∼15:30, 꽁지팀이 15:34 호명산 정상을 밟았다.
호명산∼청평 하산길은 계속 내리막길로 군데군데 로프가 있었지만 정말 힘들었다. 16:25 청평댐 전망데크에 도착해 청평댐과 청평호 그리고 ‘오대골’을 내려다 보니 전망이 시원스럽고 다 내려온 듯 마음이 놓였다.
가져간 물병도 바닥이 났는데... 16:50 경 돌거북 수도꼭지가 있는 약수터에 이르러 머리도 씻고 수건도 적시고 물도 마시니 살 것 같았다. 운동기구들이 있는 걸 보니 동네 사람들의 산책코스 약수터인 모양이었다. 병에 물을 채워 들고 다시 길을 재축했다.
17:10 조종천 징검다리(이걸 잠수교라 하는지 모르겠다)를 건너고 또 한참을 걸어 17:18 청평역에 당도해 굴다리 밑을 지났으며, 모내기한지 얼마 안 된 논둑길을 걷고 보호수 노티나무 밑을 지나 17:30경 산행 뒤풀이 장소 ‘춘천꼬꼬닭갈비’집에 도착했다.
청평이 고향인 8회 김우일 동문이 일행을 초대해, ‘메밀부침개’에 ‘가평 잣막걸리’를 마시며 무사 산행을 자축했다.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정신이 몽롱해져서 진짜 오리지날 ‘막국수’ 맛은 제대로 음미해 보지도 못하고 목을 넘긴 것 같다. 먹긴 먹었는데 그 맛이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김우일 동문에게 한 번 더 부탁해봐? 호명호반에서 ‘비비빅’도 얻어먹었는데 염치가 좀 없는 것 같기는 하다만...
1시간여의 산행 뒤풀이를 마치고 논둑길을 걸어 청평역으로 나와, 함께 모교 교가를 제창한 뒤 김우일 동문과 헤어져 모두 경춘선을 탔다. 전철 안은 행락객들로 만원이어서 바닥에 간이 의자를 펴고 앉아 상봉역까지 와 환승 귀가했다.
동문들과 함께 한 시간은 항상 즐겁다!!!
멋진 산행기 좀더 모여지면 책으로 엮어 만들어 보십시다.
정말 구수하고 재미있습니다. 더위속에 대단한 강행군이였고, 그걸 견뎌내신 선배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