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부

조회 수 1807 추천 수 0 2009.07.15 22:05:26
.

*마지막공부*(죽음)


죽음도 배울 수 있을까, 지상에서의 생을 마치고
담담히 하늘로 올라가는 법을 공부할 수는 없을까,

종교로 가는 질문이지만 종교 밖의 사람들도 품고 있는 물음표다.

한 사람의 죽음이 세상을 덮었고
세상은 그의 삶을 들쳐 보았다. 영원한 잠에 든 김수환
추기경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잠자고 있던 물음
하나를 흔들어 깨웠다.

늙으면 죽음을 맞는 공부를
하겠다고 작가 이윤기는 한 수필집에서 밝힌적이 있다.
“예순 살부터는 붓을 놓고 다시 공부에 들되, 공부로써
삶의 지극한 비밀을 꿰뚤어 죽음을 하찮케 여길 수 있게
하겠다.“ 그가 서른살 무렵에 짠 인생계획표이다.

계획대로 글 쓰기와 글 읽기로 번갈아 채워진 그의
삶에서 죽음은 ‘마지막 공부’ 대상이다. 죽음도 하찮은
경지에 오르는 공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세상과
헤어지는 법을 배우려면 먼저 자신과도 헤어져야 한다.

“여기서부턴 누구도 함께갈 수 없는 나라/ 편지하지마라/
전화도 사절이다/ 나는 여기서 오래 전부터/ 아무도
모르는 마즈막 공부에 골몰하고 있다./ 잊어지고 작아지고
이윽고 부서져/사라지는 법/ 이 세상 마지막 공부에
땀 흘리고 있다.
(홍윤숙-마지막 공부).

“ 세상을 떠나는
법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잊고 아무도
모르게 공부해야 한다.“바늘하나 떨어지는 소리에도/
땅이 울리는/ 이 마을에 지금 살아 있는건/(중략)
짧은 생애 목놓아 울고 있는/ 매미의 애끓는 곡성 뿐이다.“

짧은 생을 아쉬어하는 세상의 모든곡성(哭聲)에서 스스로
잊혀지고, 작아지고, 부서져, 이윽고 사라지는 법을 깨쳐야만
한다.

돌아보면 세상은 이별로 가득차 있다. 이별은 그러나
눈물만이 아닌 또 다른 위로를 낳기도 한다.“그분의 죽음은/
길게 늘어나/ 길이 되고/ 마을의 밭이 되고/ 온 세계를 덮는/
휴식이 되었다.
(고옥주-성 프란체스코의 휴일).

“ 성자의 발자취는
휴일이 되고 그의 생은 온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된다.
위로 받기보다는,위로하기를,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성 프란체스코는 기도했다.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은
성 프란체스코는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었다.

“사랑하고 용서하세요.”
김 추기경은 떠났어도 그의 발자취는 두고두고 사람들의
길이 되고 ‘마지막 공부’ 로 우리들의 가슴에서
살아 갈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홈페이지에 사진 및 관련 파일 올리는 순서 [2] 총무이사 2015-06-29 2045
465 청빈(淸貧)의 덕(德)" 설영형 2009-04-15 1810
464 전남은변하고있습니다(나주혁신도시) file 태현실 2013-03-13 1809
463 고양국제 꽃박람회#2 설영형 2009-05-02 1808
» 마지막 공부 설영형 2009-07-15 1807
461 김영근(고26)행정사 개업 안내 file 행정이사 2014-11-10 1803
460 귀를 당겨 보세요 설영형 2009-07-15 1802
459 러시아 발레 '백조의 호수' 목포중?고 동문 50% sale file 윤건 2012-09-14 1800
458 중26고24회 신경문 총경 중랑경찰서장으로 발령 file 나상용 2012-01-26 1799
457 허균,허난설현의 스승 이달이 은거한 산 / 원주 현계산(535.2m)~봉림산(579.3m) 펑키 2012-07-15 1796
456 내가 만난 시산제 file [1] 윤건 2012-02-27 1795
455 인생은 가위 바위 보다 [1] 설영형 2008-11-23 1795
454 재산이 없어도 줄수있는것 ...아시나요 [1] 설영형 2009-01-01 1793
453 인생훈(人生訓) 설영형 2008-11-23 1793
452 제11회 회장배 바둑대회 결과 보고 file 행정이사 2011-12-13 1789
451 어느 며느리 이야기 설영형 2009-04-15 1782
450 정 우범 화백(목고 15회)의 장남 강군의 결혼식 file 수암(이재석) 2011-12-22 1781
449 행운을 함께, 행운목의 꽃과 꿀 file [1] constant 2012-05-26 1777
448 생각의 차이 신사동마이클 2009-01-17 1775
447 어느 선술집에 걸려 있는글 설영형 2009-03-30 1767
446 재경무안군동문회 기수별인적사항 [4] 임삼용 2012-08-14 1761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서소문로27(충정로3가, 충정리시온)202호 | 전화번호: 02-365-0516 | 팩스번호: 02-365-0140
개인정보보호책임자: 총무이사 설정원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