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시애틀 매리너스는 올해 초 락커룸과 피트니스센터 등 주요 시설 조명을 모두 LED등으로 교체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주인공이 바로 한국의 중견기업인 삼진엘앤디의 이경재 회장(70)이다. 그는
"앞으로 조명 기술은 인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시애틀 매리너스에 설치한 조명도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진엘앤디 LED조명은 메리너스 구단 외에도 시애틀의 리빙컴퓨터 박물관과 미국 벌칸그룹, 일본 규슈의 유메타운 쇼핑몰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스위스, 멕시코 등 세계 곳곳에 설치돼 있다. 국회의사당과 왕십리역사 등 국내 주요
건물들도 삼진엘앤디 LED등을 사용한다. 이렇듯 실적은 많지만 삼진엘앤디가 LED 사업을 시작한 것은 불과 4년 전이다. 이
회사는 여전히 LCD 몰드 프레임 같은 초정밀 사출 부품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한다. LCD 몰드 프레임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10%에 달할
정도다. 2002년에는 LCD 백라이트유닛에 들어가는 도광판을 개발해 부품ㆍ소재 강국인 일본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어려워지면 부품을 공급하는 삼진엘앤디도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기존 기술을 활용하면서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찾다가
선택한 분야가 LED입니다. 2009년 4월부터 수백억 원을 투자해 제품을 개발해 이듬해부터 양산에 들어갔지요. 비교적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1987년 창업 이후 정밀 부품에서 꾸준히 쌓아온 경험 덕분입니다. LED조명 기술은 도광판과 LCD, 2차전지 부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죠." 이 회장은 삼진엘앤디를 설립하기 전부터 첨단 기술을 많이 개발했던 엔지니어다. 1965년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자석식 전화교환기 부품 국산화에 기여했고, 1969년 삼성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는 진공관
부품, 브라운관 전자총, 컬러 브라운관 프로젝터 등을 개발했다. 삼진엘앤디 창업 후에도 정밀사출 부품을 시작으로 많은 첨단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는 LED 분야에서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미래 조명의 화두인 인간 중심(Human Centric) 조명 기술과
제품을 잇달아 개발해 업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엔 미국에서 판매할 LED 원형천장등이 미래조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앞서 지난 5월엔
미국 제휴 업체를 통해 5000만달러 규모의 LED조명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은 "미국 보잉도 공장과 사무실에 쓸 LED등을 총 1000개 구입하기로 했다"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LED 분야에서 올해 매출이 150억원에 불과하겠지만 내년에는 5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몇 년 안에
LED 비중이 절대적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삼진엘앤디는 지난해 총 269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중국,
미국, 멕시코, 유럽 등 해외법인이 벌어들였다.
▶ 이경재 회장은…
△1944년 전남 출생 △1965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1966년 LG전자 △1969년 삼성SDI △1977년 삼성테크윈 삼성전기 △1984년 대우전자부품 △1987년 삼진엘앤디
대표 △ 2002년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2004년 KAIST AIM과정 수료 △2005년 서울대 AIP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