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의 산 - 강진 주작산(428m)
오소재~401봉~427봉~주작산~갈림길~작천소령~수양관광농원… 약 7km 5시간
글·사진 노만우 파아란산악회


우람한 바위능선 뽐내는 남도의 수호신

전라남도 강진은 월출산 남쪽 자락에서 시작된다. 빼어난 암릉미를 갖춘 월출산을 지나면 그보다 낮은 산들과 기름진 들판이 이어지는 남도의 전형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또 바다와 어울린 산과 들판의 화창한 모습이 펼쳐진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강진은 이렇게 다채로운 풍광을 지녔기에 '남도 답사여행의 일번지’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월출산(月出山·809m) 자락의 무위사 극락보전이 그렇고, 만덕산(萬德山·408.6m)에 자리 잡은 다산의 학문과 인품이 녹아있는 다산초당과 천년고찰 백년사가 그렇다. 한편 강진의 칠량옹기는 자연 잿물을 발라 고온에서 만들어 단단하고 음식을 담아 두면 쉽게 맛이 변하지 않아 예부터 전국에서 알아줄 만큼 질이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는 곳 중 하나인 강진의 자연환경은 서정시인 김영랑을 낳기도 했다. 장흥으로 이어지는 영랑사거리에는 그의 이름과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이름을 딴 상점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북도에 소월이라면 남도는 영랑’이라는 말이 있듯 이곳 사람들에게 김영랑 시인은 큰 자랑거리다.
그의 생가는 강진읍 남성리 강진 군청 인근에 위치해 있다. 1985년 강진군이 이 집을 사들여 옛 모습으로 복원해 관리하고 있다. 동백나무가 둘러선 그의 생가에는 초여름이면 모란이 피어난다. 이 집은 전라남도 기념물 제89호로 지정돼 있다.

덕룡산(德龍山·432.9m)과 연접해 있는 주작산(朱雀山·428m)은 그 이름처럼 날개를 활짝 편 새가 나는 듯한 모습을 지닌 산이다. 원래 주작은 봉황처럼 성스러운 새의 상징으로, 풍수지리학적으로 본다면 좌(左)청룡, 우(右)백호, 북(北)현무와 더불어 남쪽의 최전방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산은 주작이 머리를 서쪽으로 돌린 형상을 하고 있어 멀리서 보면 덕룡산처럼 날카롭지 않고 두리 뭉실하다. 그러나 이 산을 직접 올라 본 사람은 첩첩이 이어진 날카롭고 거친 암릉에 혀를 내두를 것이다.

해남군과 강진군의 경계가 되는 이 산의 능선은 전형적인 암릉길이다. 그동안 지척에 있는 두륜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특유의 거친 바윗길 덕분에 이제 남도의 대표적인 암릉 산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또 높이는 낮지만 설악산의 암릉 능선을 옮겨다 놓은 듯한 바위경관을 지니고 있다.
주작산 줄기는 북으로 덕룡산과 석문산(石門山·272m)~만덕산까지 이어진 긴 능선의 일부구간이다. 이 산자락의 대부분은 바위 봉우리와 벼랑으로 형성되어 있고 톱날 같은 암릉이 길게 이어져 오르는 맛이 탁월하다.
주작산은 두륜산에서 동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가 오소재에서 멈춘 뒤, 거친 기세로 솟아 오른 바위능선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그것도 주능선이 아닌 동쪽으로 조금 삐져나온 지능선상에 위치한다. 그래서 주작산 산행은 주봉을 오르기보다 오소재~작천소령으로 연결되는 산줄기 전체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길

주작산 산행은 오소재~작천소령 구간으로 오르는 것이 정석이다, 산행은 두 곳 어느 쪽에서 시작해도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교통이 편리한 오소재 쪽을 들머리로 잡는 경우가 많다. 영암에 들어서면 안개 속에 빼어난 미모를 갖춘 월출산이 멋스런 모습으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강진으로 들어서니 작은 공룡능선을 연상시키는 덕룡산과 주작산의 모습이 나타난다.
주작산 산행들머리인 오소재에 도착니 주작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남쪽에 솟은 두륜산과 북쪽에 솟은 주작산을 잇는 능선은 해남군 북일면과 상산면을 잇는 오소재가 사이에 끼어 두 산을 분리하고 있다. 오소재에서 산길이 이어지는 주작산 반대편은 두륜산이 용솟음치듯 힘차게 솟아있다.
산행을 시작하니 얼마안가 암릉길이 시작되면서 로프가 설치돼있다. 로프에 의지해 암릉을 올라서면 농경지와 어우러진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조망된다. 능선길을 이어가다보면 위험한 구간마다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큰 위험은 없다. 또 산길이 뚜렷하고 길이 헷갈리는 곳마다 바위에 페인트로 화살표를 칠해놓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산행을 시작한지 30여분 만에 호젓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다시 20분쯤 가면 전망이 좋은 바위가 나타난다. 곧이어 멋스런 401봉에 올라서는 데까지 총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펼쳐지는 우람한 바위군상의 위세는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오게 한다. 401봉을 지나 다시 능선길을 이어가다 보면 좌우로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광과 단풍으로 붉게 물든 능선이 물결치듯 이어진다. 가끔씩 나타나는 산죽길은 터널을 형성하고 있어 그 길을 걷는 느낌 또한 상쾌하기 그지없다.

한 봉우리를 넘으면 다시 봉우리가 이어지는 험준한 암릉길에는 우회로가 있고 아찔한 바위를 타고 넘을 때마다 로프에 의지해야 하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주작산의 암봉들은 수직으로 서있거나 칼날, 첨탑 등 그 모양도 갖가지라서 암봉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웃한 덕룡산이 남성다운 웅장함이 있다면 주작산은 여성다운 아기자기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1박 2일 코스로 주작산과 덕룡산을 종주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산행 시작 3시간 30분만에 지체구간이 발생한다. 로프가 설치된 긴 하산길의 암벽구간은 줄을 서서 로프를 잡고 가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구간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427봉에 서면 우람한 바위군상이 또다시 눈앞에 펼쳐진다.
로프에 의지해 암봉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무등산 입석대를 옮겨놓은 듯한 바위 등 더욱 더 기기묘묘한 모습의 암봉이 이어진다. 주작산 갈림길에서는 암봉 너머 육산인 주작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허락지 않아 작천소령으로 아쉽게 발길을 돌린 필자는 오던 길을 되짚어 양란재배장으로 하산해야만 했다. 이밖에 수양리조트를 거치는 하산길은 수양리로 내려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작산 산행은 초보 산행자에게 소요시간이 많기 때문에 시간 안배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교통과 숙식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순천 인터체인지로 빠져나온다. 보성, 장흥을 지나 강진에 도착한 후 18번 국도를 타고 해남, 완도 방면으로 진행한다. 55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가 827번 지방도에서 우회전하면 오소재로 진입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서울에서 강진행 버스가 1일 6회(07:30, 09:30, 11:30, 13:30, 15:30, 17:40) 운행된다. 해남에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북일행 시내버스를 타면 오소재까지 15분 정도 소요된다. 강진버스터미널 주변에는 숙식할 곳이 여러 군데 있다. 또 읍내에는 남도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도 많다.

 

주변볼거리


다산초당
강진만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은 조선시대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 정약용 선생이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다. 다산(茶山)이라는 호는 강진군 귤동마을 뒷산의 이름으로 그가 이 기슭에 머무르며 자신의 호로 썼다. 그는 18년여 동안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500여권의 방대한 책을 저술했다. 다산초당에서는 정약용 선생이 이곳에 머무를 때 지었던 시와 제자들에게 보냈던 편지 등을 모아 첩(帖)으로 꾸며 판매하고 있다. 초당에 걸린 '다산초당’ 현판과 '보전산방(정약용을 보배롭게 모시는 산방)’ 현판은 그를 존경했던 추사 김정희가 글씨를 새긴 것이다.

 

고려청자 가마터
강진군 대구면 일대는 우리나라 중세미술을 대표하는 고려청자의 생산지다. 이 지역에서 조사·보고된 청자가마터는 총188기로 주로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의 청자가마터는 제작지역 및 시기에 따라 용운리, 계율리, 사당리로 나누고 있다. 강진에서 유난히 청자문화가 발달했던 것은 통일신라시대 후기 해상교통의 발달로 중국의 청자 제작기술의 도입이 빨랐고, 기후, 흙, 연료 등 제반 여건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한다.
1986년 강진군 산하에 청자사업소를 설치된 이후 이곳에서는 매년 2만 여점의 작품들을 구워내고 있다. 또한 1997년 청자사업소 내 테마박물관인 강진청자 자료박물관을 개관해 고려청자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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