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포 총동문회 사무실에 들렀다가 동문회보에 23회 김승호 선배님의 기사가 있어 30여 년 간 국어를 가르쳐온 제 입장에서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초원오피스텔 5층에 있는 성장교육연구소를 운영하시는 선배님을 찾아뵙고 교감의 시간을 갖고 맛있는 저녁까지 대접을 받고 상경했습니다. 오늘날 교육에서 지나쳐서는 안 될 훌륭한 일을 하시는 선배님의 활동을 회보에 있는대로 옮겨봅니다.
목포중고등학교총동문회보 제27호(2017년 12월) <동문 인터뷰: 고23회 김승호>
전남 농어촌 초등학생들의 학력향상을 위한 국어사전 기부 운동 앞장
이번 총동창회보부터 <동문 인터뷰> 코너를 신설한다. 젊은 시절 교문을 오갈 때마다 눈에 익히고 다짐했던 교훈 <學行一致>를 따라 진리와 정의를 배운대로 실천한 동문들을 찾고 그들의 생각과 활동을 보면서 잠용 동문의 자부심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동문일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시민으로서 교훈을 실천하는 모델이면 더 좋을 것이다. 현직에서 활발하게 실력 발휘를 하는 동문이나 퇴임하여 조용히 활동하면서 교훈이 생각나게 해주는 동문 모두 해당된다. 이번에는 총동창회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같은 건물 윗층에 연구실을 낸 후 신고식 차원에서 동창회 발전을 위해 수고한다며 집행부 임원들을 식사에 초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편집위원들은 정년퇴임을 기념하여 지방신문(전남저널) 한 면에 와이드 인터뷰가 실린 것을 보게 되었고, 정년 후에도 매월 정기적으로 상당한 사재를 털어 우리 지역 농어촌 초등학교를 찾아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동문 누구나 적은 부담으로 함께 참여하여 고향의 모교에 쉽게 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 자세하게 안내하고 싶었다. 자신이 수 십년 동안 보람을 갖고 했던 일이라도 정년으로 퇴직하는 순간부터는 그 일과 관련 깊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잊고 사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던 시간들을 계속 생각하면 실망이 커질 수 있고, 피로감에서 해방되어 편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여생의 건강에 좋기 때문이라는 관점에서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 동문을 통해 모든 동문들이 보람을 가졌던 일의 한 분야에 깊이를 더하며 봉사와 헌신을 곁들여 보람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적극적인 관점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김승호 동문은 누구인가요.
고23회(중25회)입니다. 목포에서 볼 때 오룡산 반대편 삼향면 용포리의 전형적인 농촌에서 자라면서 소꼴 베기를 많이 했으며, 지게질도 잘했습니다. 그 때의 운동같은 꼴 베기와 지게질 덕분에 지금까지 건강이 좋은 편입니다. 삼향동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목중에 진학했으며, 목고에는 자동으로 연계 진학하였습니다. 목중 입학시험을 보고난 후 아는 문제들이 이것 저것 나왔다고 누나께 자랑했던 기억, 합격자 발표일에 불안한 마음으로 벽보에서 이름을 찾았고 확인하는 순간 너무도 기뻐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땐 자취를 주로 했지만 일로역까지 3킬로미터를 걸어서 기차를 타고 등하교했던 기통생(기차통학생)이었습니다. 성적은 보통수준이었으며, 1층 현관 복도에 게시된 성적 우수학생 50명 명단에 오르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후 전남대 사범대학 인문계열에 입학했고, ROTC로 제대 후 바로 교직에 들어와 근무하는 기간 동안에 서울대 대학원과 한국교원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석사과정 2년간은 휴직하고 국영기업체(한국관광공사 해외진흥부)에 공채로 합격하여 서울 생활도 하면서 돈을 벌며 다닐 수 있었습니다.
목포여고까지 중·고등학교에서 10여년을 영어교사로 근무하다 장학사 시험을 거쳐 23년간을 장학사, 장학관, 정책기획담당관, 함평교육장, 교장 등으로 재직했습니다. 올해 8월 31일 목상고(목포상고, 인문계 전남제일고에서 개명됨)에서 정년 퇴직을 하였으며, 지금은 교육성장연구소를 개소하여 칼럼쓰기와 저술 활동 등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목포대 교육학과 시간강사, 교육연수원 강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초등학생 대상 국어사전 기부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금년 3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100만 공무원 중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투철한 봉사정신을 가지고 사회발전 및 주요 시책 추진에 헌신하는 우수공무원에게 수여하는 제3회 대한민국공무원상을 수상하였는데 축하드린다.
함평교육청에서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 추진, 도교육청에서의 정책 개발, 화순고와 목상고에서 학력제고 성과를 인정받아 근정포장을 받은 것 같습니다. 2012년 함평교육장으로 부임했던 당시 인구 4만명의 함평군에는 중학교 8개, 고등학교 5교가 있어 소규모 학교가 많았고 사립학교가 특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학급담임제로 운영되는 초등학교와는 달리 교과담임제인 중·고교는 교사수가 최소 13명이 필요한 바 극소규모일 경우 교육과정 운영 곤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립학교에 대한 행정력의 한계와 교원단체 등의 무조건적인 통폐합 반대 분위기로 학생수 감소 추세와 이에 따른 중·고교 교육의 공멸 가능성으로 인한 불안감이 크게 존재하였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부임 후 지역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중·고교의 적정규모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하였으며, 지역사회 민관기관 대표 75명을 추진위원으로 위촉하여 적정규모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였습니다. 추진위원회 구성 후 1년 만에 2개의 사립학교법인이 소속 4교(중2, 고2)를 국가에 헌납하면서 중3교가 1교로, 고3교가 1교로 통폐합 결정되어 농어촌 중·고교의 선진교육 여건 조성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함평의 사립학교 기부채납을 통한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전국 최초의 사례로 TV와 신문, 교육부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어려운 국가 정책의 성공 사례를 만들었고 지역사회 발전의 기틀을 조성한 것을 높이 평가한 것 같습니다. 국가예산 1,000억원과 인세티브 400억원을 기반으로 하여 현재 함평지역에서는 중 2교, 고 2교가 신축 및 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적정규모 학교 육성 영역 외에도 도교육청과 함평에서의 학력향상 정책 추진 노력, 국어사전 보급 운동 국내 소개 및 보급 활동 등과 함께 화순고 교장으로 재직하며 전국 4대 혁신학교 모델로 육성,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학교 선정을 주도한 점과 목상고 교장으로 근무하며 과학중점학교로 육성시키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교직에 근무하면서 <수능영어 독해전략>(두산동아), 부모교육의 이론과 실제(교육과학사), 국어사전 활용교육(LBH 교육출판) 등을 공저로 저술했고, 지금도 학회 등에 논문을 발표하며 중앙 및 지방지에 정기적으로 교육 이슈에 관한 칼럼을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어휘력과 독해능력 배양을 위한 국어사전에 관한 글을 많이 발표하고 실제로 국어사전 기부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 배경과 계획에 대해 말씀해 달라.
교직경험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낮은 수업참여도와 기초·기본학력 부진 원인의 상당 부분이 교과서 용어와 교사의 수업용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하였고, 국내외 문헌과 핀란드, 미국, 일본 등의 정책자료들을 통해 분석하였습니다. 아울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농어촌 학생들의 대부분이 기초학력 이하 학력이며, 이를 위해서는 소수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대상 단기 처방위주 교육보다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장학관과 학교장으로서 어휘력 배양과 독해능력 향상 등 자기주도 학습역량 제고를 위한 국어사전 활용의 필요성을 제시했으며, 올해 초부터는 직접 사전 보급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미국의 초등학생 대상 사전보급 운동인 딕셔너리 프로젝트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하였고, 실제로 함평교육지원청 초·중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국어사전을 무료 보급하여 1년만에 2013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전국 시군 교육청에서 최저로 나타났습니다. 함평에서의 국어사전 보급 및 활용 사례는 신문과 방송으로 자주 소개되었고, 교육부의 학력향상 우수교육청 사례로 현장 방문 인터뷰를 하게 되었으며, 교육부 발간 「행복한 교육」2013년 12월호(에 교육청 및 교육장 우수사례로 소개되었습니다
대한민국공무원상 수상 직후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 4학년 대상으로 국어사전 기부활동을 직접 하고자 결심하여 3월부터 10월까지 전남 농어촌 지역 7개 초등학교에 180여권을 기부하였습니다. 국어사전 기부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금년 8월말 정년할 때 일부 만료된 적금 3200만원을 5년 동안 매월 57만원씩 받아 13권씩 기본으로 확보하였으며, 학교의 상황에 일부를 추가하여 제공하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국어사전과 함께’라는 단원에서 9시간 동안 국어사전 활용 방법을 배우지만 안타깝게도 농어촌 학생들은 사전이 없습니다. 의무교육 단계라 선생님들은 사전을 구입하도록 안내하지 못하고, 농어촌 지역에서 한권에 5만원 하는 사전을 구입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더 문제 되는 것은 농어촌에서는 사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이 학력격차를 유발하는 분기점(pivot point)이며 국어사전이 필요한 개념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하는데 이를 생각하면 국어사전 제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저는 교육성장연구소의 역할 중 하나를 국어사전 보급 영역으로 하여 미국의 딕셔너리 프로젝트와 같이 개인 및 단체가 국어사전을 기부하고자 할 때 사전 선정, 대리 전달 및 격려, 감사편지 보내기 등을 수행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장학금은 받는 순간의 감동을 주지만 국어사전은 최소한 6년 이상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성적 향상 효과는 평생 잊지 않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지금도 국어사전 보급 운동의 순수한 의미를 이해하여 동참하는 분들이 저와 함께 자신의 모교 초등학교에 가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국어사전을 기부하면서 후배들의 학력향상을 격려하기도 합니다. 지난 7월엔 우리 동문인 최동오 목포대 교수(고28회)가 까마득한 후배들인 일로초등학교 4학년 40명에게 국어사전을 기부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하기도 했습니다.(사진)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과 동문들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은.
교직에 있는 동문들은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을 교직 보람의 하나로 여기는데, 저는 목포여고 근무 후 모교로 전입이 결정되었으나 예상보다 일찍 장학사 발령이 나서 기회를 놓쳤던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모교를 도울 수 있는 행운의 기회도 있었습니다. 고교 평준화가 시행되었지만 목포지역에서는 일부 사립고들의 의도적인 응모학생 미달 작전으로 모교를 비롯한 공립고들의 우수학생 유치는 불가능했고, 평준화 5년 정도를 지나면서 모교의 명문고 이미지는 거의 잊혀지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2009년 5월 도교육청에서 고입과 대입을 담당한 장학담당장학관으로 근무할 때 평준화 개선방안 TF팀을 만들었고, 제주도의 고한련 개선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여 2010년 4월 우수학생이 고루 배정되는 개선 방안을 확정하였습니다. 교육감 교체로 4년간 미뤄지긴 했지만 당시 연구했던 결과대로 2015년부터 시행되어 모교에도 우수학생들이 다수 배정되기 시작했으며 금년 대입부터 그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동문들의 자존심인 모교의 명문고 재탄생이 이제 새롭게 시작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울러,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총동창회 집행부에서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것도 저의 간접적인 모교 사랑의 일부라고 생각됩니다. 당시 동창회지에 동문 인터뷰 코너를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추진하지 못했었는데 그 첫 번째 코너 주인공이 되는 것 같아 다소 어색하기도 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국어사전 보급운동을 동문님들께 소개하고 안내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에게는 행운이요 영광입니다. 농어촌 출신의 동문들께 자랑스런 목중고인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모교 초등학교, 그 컸던 초등학교가 이제는 학년당 5명에서 10여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학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동문님께서 꿈을 키웠던 그곳 교실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이 국어사전을 활용하여 탄탄한 어휘력으로 기본을 쌓을 수 있도록, 나아가 4차 산업사회를 리드할 수 있는 창의 역량을 기르는 일에 참여하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승호 동문 국어사전 보급 운동 보기 및 연락처>
뉴스포털(다음, 네이버), 유튜브 검색어 입력 : 김승호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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