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판사에서 야당 의원 거쳐 변호사로
[오마이뉴스 글:김용국, 편집:박정훈]
▲ 서기호 변호사 서기호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 업무에만 전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법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 김용국 |
"전문분야요? 억울한 사건 전문변호사입니다."
'가카빅엿' 판사에서 야당 국회의원으로, 다시 변호사로 변신한 서기호 전 의원은 피곤해 보였지만, 활기가 넘쳤다. 지난 2월 총선 불출마 선언 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는 그는 "6개월째 주말에도 사건기록에 파묻혀 사는 바람에 촛불집회도 못 나갔다"면서 "이젠 정치인 서기호가 아니라 변호사 서기호로 불러달라"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촛불정국에 대해 "촛불행진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은 역시 위대하다고 느꼈다"며 "대통령 인사권 하에 있는 검찰이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소할 정도인데,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들이 기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 저는 의뢰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 업무에만 전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법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총선 불출마 선언... "직접 경험한 정치는 생각과 달랐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에서 서 변호사를 만나 근황을 듣고 정치권 경험과 현 시국에 대해 물었다.
서 변호사는 판사로 재직하던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태에 주도적으로 나섰고, 2011년 이후에는 SNS를 통해 '가카빅엿'등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2년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그는 19대 국회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그는 지난 2월 테러방지법 국회 본회의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추진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11번째 주자로 나섰다. 5시간여 동안 열변을 토한 그는 돌연 20대 총선불출마 선언을 한 뒤 정계를 떠났다.
"언론을 통해 본 정치와 여의도에 가서 직접 경험한 정치는 많이 달랐어요. 열정과 헌신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여건과 준비가 필요한데, 돌이켜보니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성급하게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만일 2012년으로 돌아간다면? 출마 안 하죠, 하하."
▲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지난 2월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마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를 책임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서기호의 정치인생은 오늘로 쉼표를 찍는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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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멘탈 '갑'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
그는 정치인은 4가지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첫째 슈퍼맨 같은 체력, 둘째 흔들리지 않는 멘탈(정신), 셋째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한 자본(돈), 넷째 인적 네트워크.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중요해요.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멘탈 갑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더라고요.(웃음) 물론 바람직한 정치인은 아니지만, 야당 정치인들도 그 멘탈만은 배워야 합니다."
서 변호사는 "11월, 12월 계속되는 촛불정국에도 업무 때문에 토요일에 광화문 나갈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 생중계로 촛불행진을 보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촛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역시 우리나라 국민은 위대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이 이번 촛불을 통해 확실하게 각인되었다고 봅니다. 박근혜 퇴진 때까지 계속돼야죠."
그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당연히 인용되어야 하고 현실적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라서 소추가 불가능할 뿐이지 내용상으로는 이미 공범으로 기소가 됐습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하에 있는 검찰 스스로 공범으로 기소할 정도인데,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들이 그걸 기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서 변호사는 "언론 등에 공개된 증거자료만으로도 박 대통령이 (범죄를) 주도했다는 건 명백하다"며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측근비리에 대해 심증만 갖고 국회가 탄핵 소추했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치활동 대신 억울한 사람 법정에서 대변하겠다"
▲ 서기호 변호사 서기호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 업무에만 전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법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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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분간 정치활동이나 외부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난 7월 변호사 개업을 한 뒤에는 "사건을 맡긴 의뢰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그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건이 많이 늘어서 12월부터 변호사 2명을 채용하고 사무실을 확장이전했다.
"수임료를 많이 받는다고 해서 권력형비리 사건이나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사건을 맡지는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변호사 업무도 프로답게 하고 싶고요. 가끔 전문분야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는데, 굳이 말한다면 억울한 사건 전문입니다.(웃음) 법정에서 억울한 분들을 대변하겠습니다."
서 변호사는 "우선 변호사 일에 주력하고 내년쯤 사무실이 자리잡히면 다양한 활동을 모색해보고자 한다"면서 "변호사로서 피부로 느꼈던 부조리, 업계 내부나 법원·검찰의 문제점을 개혁하는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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